본문 바로가기

84일간동남아여행일기/태국/미얀마

여행기 1부(?)를 마치며

벌써 여행을 마친뒤 한달하고도 보름여가 지났다.

귀국하고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는 흥분에 가까운 기분으로 많은 욕심을 내어 이번 여행의 느낌을 담아내고 싶었었다.
하지만 성숙하지 않은 자신과 다듬어 지지 않은 글로 여러모로 중구난방격인 잡다한 일기로밖에 남겨 지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어떤가. 이것도 이대로의 나 자신의 모습인걸...
언제라도 한켠을 클릭했을때 므흣 나만의 미소로 생각되어 질지라도, 이렇게나마 뭔가를 남겼다는데에 위안을 가지기도 한다.

말그대로 나만의 일기인걸 뭐.
한편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남들이 볼수도 있는 그런곳에 남긴다는 것에 대한 약간의 중압감으로 이렇게도 꾸며 볼까? 저렇게도 꾸며볼까? 사진도 골라보고 귀찮아 하며 대강 다 올리기도 하고 그날의 느낌을 나타낼수 있는 음악도 골라보고 이래저래 시간이 알게 모르게 많이 걸리기도 한다.

대강 여행일기 쓴것을 옮겨놓고 사진 집어 넣고 부연 설명 쓰고 아~ 맞어 이때 이랬었지 더 삽입 하기도 하고 부쩍 양만 늘고 내실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처음 글 올린 때 보다는 가급적 간략하게 남기려도고 해보고...

모르겠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거꾸로 말하면 내가 관심을 받아보고 싶어서인가?
무슨 의미인가... 내 자신이 아직 어린애인걸...

나는 이 여행기를 통해 초반의 내 모습이 어떻게 변화 되어 가는가에 중점을 두고 싶었었다.
많은 일들에 소심해져 가고 힘들어 하고 마음 아파했던 시절에서 조금씩 자신감을 찾아가며 부지런 해지려 하기도 하고 나쁜 습관들을 고치려고도 하고 한편 인생을 즐기기도 하고 때론 자숙하고 망가지기도 하며 점차 나라는 존재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나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 다른 이에게도 무언가를 줄수 있다는 다짐을 가지기도 하였다.

여행 초반에는 이것저것 생각하기 조차 싫었다.
나의 여행이 어떤 스타일인지도 몰랐기에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다 해보고 싶었다. 아직 내가 뭘 좋아 하는지  많이 보는 것을 좋아 하는지 쉬는 것을 좋아 하는지 박물관 관람을 좋아 하는지 시장 구경을 좋아 하는지... 아니면 노는 것을 좋아 하는지... 그렇게 하다보면 나만의 여행 스타일이 생기겠지 하면서 하나라도 안놓치고 보고 가보려 했다.

그때문에 정말 말도 안되게 돌아 다닌듯 하다. 아침 눈을 뜨자 마자 밤에 겨우 힘들어서 눈을 붙일때까지 한시라도 아까웠고 뭐라도 해야 나름 만족해 하며 일기를 쓰곤 했다.

하지만 여행 중반 부터 느낀 것은 이상하리만큼 아무것도 안하고 하루종일 쉬었던 라오스의 방비앵의 하루만 생각이 나는 것이다. 많이 보고 많이 다니고 하는 것보단 그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사람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한가로히 하루를 보낸 여운이 그렇게 까지 오래 마음 한켠에 남아 있게 될줄은 몰랐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았기에 베트남휭단을 마치고 캄보디아 앙코르왓이라는 이번 여행의 내 과제를 풀때까지 그 여운은 여행 내내 보는것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뭘 생각하고 느끼는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던져 주었고 그 이후 어느 정도는 편히 나 자신을 잡아매던 고삐를 늦추어주고 쉬게 만들어 주었다.

사실 여행선배들이 많이 얘기 하던 사람들과의 만남이 나중에 기억이 남는다는 말이 꽤 상투적인 말인줄만 알았는데 사실이 그랬다. 정말 어디서건 스치며 지나가건 말한마디 겄넸었던 간에 사람들과의 끈은 하나하나 어쩔때는 감동으로 어떨때는 아쉬움으로 아주 가끔은 분노로 등등...

여행자들은 사람들이 보여주는 사소한 친절에도 꽤 많은 감동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 자신이 외로운 존재 이기 때문에??
일면부지의 나에게 보여준 많은 이들의 세심한 배려는 나를 좀더 크게 만들어 주었고 나를 무언가를 하기위해 이대로 주저 앉지 않기위해 많은 인도를 해주었던 것 같다.

그 느낌을 이 여행기에 담고 싶었지만 내 글재주가 모자른 탓에 한그릇에 담기란 꽤 어려운 일이다.

그냥 생각하지 말고 하나하나 종지 그릇에 담아 둘란다.
언젠가 더 나이가 먹고 공부도 더 하고 시간이 흐르고 내 자신이 더이상 작아 보이지 않을때가 온다면 그때 더 유연한 성숙한 마음으로 이 난잡한 글들을 잘 다듬어서 그 시절 생각했던 내 마음들을 잘 요리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 때까진 이대로의 여행일기다. ㅎㅎ


추가 : 이후 여행기 부터는 사생활을 침범하지 않을 거라는 내 기준(?)으로의 생각에 모두 실명으로 쓸까 한다.
공공의 장소에 글 올리는 것도 아니고 나를 아는 지인들만이 그나마 봐줄 꺼라는 생각에 양해를 구하며 가급적 얼굴이 나온 사진들은 조심스럽게 취급하도록 노력해야 겠다고 나 혼자 다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