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일간 동남아 여행일기 38일째>
호이안 2일
2007/01/11 (목)   날씨 : 쨍쨍한 해를 봤다


 ◑ 카메라 고장중 ◐

밤새 배가 아파와서 잠을 못 이뤘다.
소주 탓이라기 보단 어제 먹은 고추장 때문 인듯 한데, 이렇게 위에 무리를 주다니, 한국음식 너무 자극적이다.
선생님들이 아침에 자기방에 와서 라면 먹자고 하셨는데 태안이 아무리 깨워도 안일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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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속쓰려...

에고 나도 모르겠다. 괜히 아침일찍 찾아가는 것도 그렇고...
대충 뒤척이다 어슬렁 같이 나가보니 선생님들 그냥 앞에서 요기 하시고 오는 듯 하다.
카메라 테스트를 해본다. 괜찮은 것 같기도 한데 알수가 없다.(카메라 액정이 작아서 잘 모르겠다.)

속이 쓰린 탓에 호텔앞에서 국물 있는 것을 찾다가 '분보훼'를 먹는다.
음, 역시 훼에서 먹었던 원조가 맛있네, 당연한건가?


잠시후 미썬으로 가는 투어버스에 올라탄다.
여기저기 한국분들이 많이 보이신다.
몸도 안좋은데다 카메라까지 신경 쓰이니 영 기분이 꺼림칙 하다.

가이드 녀석 재밌게 얘기하는 건 좋은데 얼렁뚱땅 입장료 걷으면서 우리에게 거스름돈을 안주고 40,000동이나 띵겨 먹으려 한다. 또 당할뻔 했네.

햇살이 따갑다.
얼마만에 보는 쨍쨍한 해인가?

계속 카메라 만져 보지만 시원찮다.
정말 살짝  떨어뜨렸을 뿐인데 이렇다니...
하긴 너무도 많이 혹사 시키면서 다닌듯도 하다.
자는 시간, 씻는 시간을 제외하고 계속 목에 걸고 다녔으니, 여기저기 부딪히며 충격도 많이 받았고, 비도 맞고 어쩔땐 깔아 뭉개기도 하고. 흑흑...
계속 찍어 보지만 초점도 안맞고 색상도 엉망이고 하늘이 완전 하얀색이다. 어떻게 된거니 ㅠ.ㅠ
그 다음부터 유적지고 뭐고 짜증이 나기 시작하면서 슬퍼지고 앞으로의 여행이 걱정된다.
내가 원래 카메라 없으면 못살고 하는 사람도 아니였고 사직찍기 취미였던 사람도 아니였지만 한달이 넘는 동안 마치 몸의 일부처럼 매달고 다니며 동고동락했던 이 귀염둥이가 이렇게 허무하게 한순간에 망가질줄은 몰랐다.
툭툭 쳐보기도 하고 설정도 이리저리 바꿔보고 했지만 소용이 없다. 우울하다...

My Son 미썬 : 호이안과 인접해  있는 미썬은 또 하나의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짜끼에우 Tra Kiew, 동즈언 Dong Duong과 더불어 참파 왕국 Kingdom of Champa의 중심지를 이루던 곳이다. 미썬은 참족의 성지였던 곳으로 비문에 의하면 4세기부터 13세기에 이르기까지 약 900여 년 동안 힌두 신들을 모셨다. 그중에서도 힌두교 신앙에서 우주의 창조와 파괴의 신인 시바 신을 모시던 곳이다. 참족이 생활의 터전을 옮긴 이후에도 북쪽의 마하파르바타라고 이름 지어진 성산(聖山) 때문에 한동안 성지로서의 기능을 하였다고 한다.

미썬 유적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세기에 들어서의 일, 프랑스 학자들이 정글 속에 묻혀 있던 유적을 발굴하기 시작해 흩어진 70여 개의 건물에 A부터 H까지 일련번호를 붙여 일부만 일반에 공개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 동안 베트콩의 거점으로 사용된 만큼 미군의 폭격 대상이 되어 많은 부분이 파손되었다. 특히나 중요한 A1탑이 폐허가 된 채로 남아 있다. (이하생략, 출처 : 100배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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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지 보존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좀 그렇긴 하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기도 했고, 나중에 볼 앙코르왓의 기대 때문인지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았다.
예전에 책 읽어본게 약간은 도움이 된다. 여러 힌두교 신들의 형상도 그렇고 '링가' 나 '요니' 형상도 이해가 된다.
여지껏 중국 문화, 불교 건물들만 보다가 이런 힌두교 양식들을 보니 색다르기는 하지만 계속 카메라가 제대로 안찍혀서 말썽이니 웬지 마음이 몰두가 안된다. 이런 한낮 물건 하나가 이렇게까지 나를 흔들어 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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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카 테스트해본다. 좀있으면 울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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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기도 싫어진다. 오던길로 되돌아 간다


어느 한국분 일행들이 라오스를 가신다고 한다.
가이드북과 카메라가 들어 있는 가방을 도둑 맞았다기에 내 가이드북의 라오스 부분을 찢어 드린다.
나의 한 기억 부분들이 뜯겨져 가는 기분.
나중에 한국가서 다시 읽어 보고 싶었지만 그들에게 더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겠지.

돌아 오는 길도 몸이 처진다.
호이안에 도착 하자마자 카메라 수리점 알아보러 다닌다.
호텔 프론트에서 알려준 곳으로 가보지만 얘네 수리 못한단다.
그러면서 시장안에 수리점 있다고 알려주기에 여기저기 뒤지면서 훑어 보는데 있기는 개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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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 외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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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 왜 갑자기 담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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웁스! 카드놀이를... 장사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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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이. 담배 삥뜯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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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오자이 입은 여인네?들 많이 찍고 싶었는데...


괜히 어슬렁 거리고 있다 보니 배타고 오신 한 아주머니가 갑자기 우리에게 담배 달라고 하신다.
태안이, 어떨결에 삥뜯겼다. ㅋㅋ

종합 입장권 구입해서 돌아 다니려 했던 원래 계획은 그냥 내 팽개 친다.
카메라도 그러니 돌아 다닐 맛도 안나고 웬지 즐겁지가 않다.
전통 음악  콘서트도 관심이 있었는데 그냥 기운이 쭉 빠져서 싫다.
여기저기 사진 찍으며 다니는 사람들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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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길 드디어 수영복을 산다.
해변가에서 사려 했는데 어서 가고 싶은 마음에 질러 버린다.
요즘은 안에 속 팬티가 다 없나? 노 프라브럼이라는데 물에 젖으면 안비치남? 돈 더주면 달아주겠다는데 일부러 그러기는 싫고 뭐 문제 없겠지. 살짝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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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살껄 그랬나?

예쁘고 싼맛에 2개나 사버린다.

호이안은 정말 여자들 쇼핑 천국이다.
여기저기 예쁜 옷들, 실크, 부츠 등등 다 저렴한 가격에 맞추어서 사 입을수 있으니 그야말로 지름신의 도시이다.
태안이도 견디다 못해 용그림이 수 놓아진 실크(좀 비싼 타이실크로 했다) 바지를 맞춘다.
"야, 이거 반들반들 야해서 어떻게 입으려고 해..." (결국은 호치민에서 이 바지 입고 나이트 클럽을 주름잡는다 ㅋㅋ)


민경이와 선희를 또 길에서 우연히 만났다.
언제 만나도 항상 흥겹게 다니는 모습을 보니 보기만 해도 즐겁다.
있다가 저녁 약속 잡고 숙소와서 잔다.

잠이 안온다. 정말 소심한건가?
많은 생활기스와 버튼 그림까지 다 지워져 버린 사진기를 보니 한달넘게 같이 했던 순간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그렇게 즐거웠었는데... 아직도 많이 남은 여행을 과연 사진기 없이 지낼 수 있을까...

민경이 일행과 선생님들 일행과 모두 모여 같이 저녁식사를 했다.
오늘은 좀 화려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 보았다.
사람이 왜 적은가 했더니 다른데에 비해선 비싼 편이였다.
역시 선생님들 고추장, 소주는 물론 이번엔 신라면 까지 2개 들고 오셨다.

주방장에게 라면을 좀 끓여 달라 부탁 했다.
스프넣고 끓인 물에 생라면 퐁당 해서 왔기에 조금만 더 끓여서 달라했는데 우아~~ 맛 죽인다.(얘네라면은 끓이는 방식이 틀린가?)
선생님! 소주 주세요!!

이곳에서도 역시 세트 메뉴를 주문 했는데 정갈하니 맛도 있었지만 양이 좀 적은편. ㅋ~
어제 선생님들이 저녁을 사주셨기에 오늘은 우리가 한번 쏘려했는데 그럴순 없다며 반색을 하신다.
결국 반만 내라고 까지 갔는데 엥? 반은 또 민경이네가 낸단다.
뭐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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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끝나고 민경이가 사진을 보내 주었다. 고마워~ 너희들 아니였으면 이런 추억의 사진 없었을꺼야~


2차는 저희가 쏠께요~~
술은 그렇다 하시고 커피나 한잔.
속도 좀 쓰려서 요구르트 시켰더니 허걱 슈퍼에서 파는 요구르트 사오넴... 너무햐.
이번엔 또 태안이가 쏘네?

그럼 술은 제가 살께요~~ 3차 가자!!
선생님들이 내일 일찍 떠나신다고 가야 겠다고 자리를 일어 나신다. 안되는데...

운치있는 조명의 강변을 거닐으니 모든게 여유로와 보인다.
골목길에 프레쉬비어 파는 곳이 보인다.
하노이의 '비어호이'가 생각나 앉았는데 이미 다 팔렸다고...
그냥 '비어 사이공' 을 시켜본다.

핫 팟? 맛있네? 해물 전골 같았는데 먹을만 했다.
다른 맥주에 비해 '사이공'은 약간 맹숭한것 같기도 하고 기대엔 별로네.

민경이가 술을 전혀 마실줄을 모른다. 선희도 그닥 술을 좋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얘기나누다 보면 도대체 누가 술을 마시는 건지 모르겠다.
맞아 이런 사람들이 있어, 분위기 메이커.
술마시는 사람들보다 더 재미있게 놀 줄 아는 사람들이 있어.

돌아오는길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 도망가기에 깜짝 놀랐는데, 쥐 때문이였다. 허걱.
골목길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들 무슨일 일어났나 몰려 들었는데 창피하다 ㅠ.ㅠ
역시 여자 맞구나...

회상 : 이렇게라도 사진이 나올줄 알았으면 이때도 그렇고 나중에 여행 후반부에 물에 빠뜨려서 카메라 망가졌을때도 그냥 마구 찍을걸 그랬다.
 
그나마 엉성한 뽀썊질로 형체는 알아볼 수 있는 정도까지 나와주니까 정말 다행이다(원본사진은 정말 뭐가 뭔지 알아볼 수가 전혀 없을 정도이다) .
생각해 보면 후회가 막심하다. 찍고 지우고 찍고 지우고 테스트 많이 하면서 속만 새까맣게 탔었다.
그리고 포기 했었다.


느낌 : 여행사진은 역시 사람들이 있어야 참맛이다.

여러번 쓴적이 있지만 나는 정말 사람들 찍기를 쑥쓰러워 한다.
괜히 사진 찍히기 싫어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기분 상하지나 않을까 혼자 염려 하기도 하고, 사진 실력도 없고, 게다가 사진기도 구리고 등등 별 희한한 구실을 앞세우며...
포즈 취해 달라고 청하기는 커녕 정면으로도 못찍고 옆에서 몰래 들키지 않게 살자쿵 찍고 도망가듯이 피하고 ^^;; 바보~.

이와는 다른 면으로, 여행 다니면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친해 지기도 했지만 내가 먼저 같이 사진 찍자고 청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다른 사람이 찍을때 내것도 찍어줘 한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서 나에겐 친구와의 또는 사람들과 같이한 사진이 별로 없다. 게다가 여자들과의 사진은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더더욱 찍자는 얘기 못했었다.

돌이켜 보면 여행에서의 가장 남았던 것은 유명지 관광이니 재미있는 에피소드 그런 것들보다는 사람들과의 만남이였다(많은 여행 선배들의 얘기가 맞어...).
여러 다양한 사람들과의 서스럼 없이 나누는 대화, 내가 누구고 네가 누구고 그런 격식이 필요 없는 순수한 만남의 대화.
나 자신을 꾸밀 필요도 없고 모두가 백지 상태에서 교류하면서 상대를 느끼고 상대에게 배우고, 그에 인해 나 자신도 돌이켜 느끼는 시간이 많아 졌었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이 참 소중했었다.

그런데 왜, 나는 사람들과 어울려 찍은 사진이 적지?

나는 자격지심과 앞으로의 두려움, 또한 과거의 기억들을 너무 많이 떠올렸던 탓일까?

그동안 살면서 많은 이들을 만나고 친해지고 했었지만 외지에서 스치듯 만났었던 사람들과, 잠깐 목적과 취향이 같았던 사람들(이를 테면 여러 동호회나 모임, 또는 전 직장?)은 오랬동안 연락을 취하며 지금까지 만나고 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적다.
그때는 정말 친했었는데 그 당시는 정말 자주 만나고 얘기 나누었던 사람들이 점차 시간이 흐르며 연락도 뜸해지고 관심사도 시들해지고 했을때는 언제 우리가 그런 시간을 가졌었던가 할 정도로 잊혀진 순간들이 적지 않았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도 그와 같이 이메일을 교환하느니 서로 자주 연락 하자고 약속을 한다는게 그때뿐이고 점차 시들어져 언젠가는 또 모르던 사람처럼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미 서둘러 생각하며 그렇게 나를 제한 했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많은 이들과의 사진 찍기를 일부러 나서지 않았고, 많은 이들에게 이메일등 연락처를 물어본 적은 그리 많지가 않다. 나중에 또 그 순간들이 신기루 처럼 없어질까봐 걱정한 탓인가?
정말 남기고 싶다할때만 함께 사진 찍자 했었고, 정말 당신과는 나중에라도 한번 보고 싶다고 생각한 경우에만 연락처를 물어 보았던 같다. 그 마저도 쑥쓰러워서 말꺼내기 힘들었었다. 그리고 못꺼낸 적이 많다. 왜 그런 쓸데 없는 생각을 한걸까...미련 곰탱이다.
 
관광지니 풍경이니 그런 사진들은 누가 찍으나 다 똑같은 사진이다.
그냥 놓여져 물체를 찍는 것 뿐이다. 물론 멋있게 찍는니 다양한 구도로 찍는 등이  틀리겠지.

그러나 사람들과의 사진은 우리가 나누었던 모든 순간을 담아 주고 있다.
아, 이 사람과 이때 무슨 얘기를 나누었지, 아 이 때 이런일이 있었었어. 아 이때 난 무엇을 느꼈었어... 모두가 생각이 난다.

일반 사진은 그냥 한장의 기록일 뿐이지만 사람들과의 함께 한 사진은 나에겐 때론 음악이 되고 어쩔때는 책이 되고, 가끔은 동영상이 되어 불쑥 튀어 나온다.
그런 사진이 나에겐 적다는게 좀 아쉽다.
왜 그렇게 많은 순간들을 놓쳤었을까, 아니 피했었을까...

여행 다녀온지도 어느 덧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여행지에서 만난 몇몇 사람들(외국인을 포함한)과 이메일을 주고 받았고, 가끔 메신저로 안부 물어보기도 하며, 손수 편지를 직접 펜으로 써서 보내기도 했었고, 때론 만남의 시간도 가졌었다.
요즘은 미니홈피니 블로그니 같은 것들도 많아서 더욱 재미있기도 하다.

언제가 또 잊혀질 시간이 될른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그런 시간이 올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같은 기억과 같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존재가 아직은 내 주위에 있다는게 너무 행복하다.


 


Posted by 스타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