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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억/아쉬움

물러나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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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 친구가 영국으로 떠났다.

어느 날 한 저녁에 갑자기 전화가 와서 술자리로 나가보니 내일 떠난다고 한다.
한동안 연락을 못하고 살았던지라 영문을 몰라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잠깐 나가는게 아니라 기약없는 떠남이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길게 얘기하면 끝도 없을테니 그냥 한마디만 하겠다고 한다.

"사람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해..."

그 한마디로 대충 짐작이 갔다.
나는 그냥 그 친구의 등을 살며시 토닥이는 걸로 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나에게 가까운 친구로는 유일하게 남은 기타 연주자였다.
몇몇 작곡, 편곡자 방송음악자등으로 전향한 사람들과 달리 그는 그래도 지금까지 순수한 연주가로서의 입지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도 이젠 나이를 먹은 걸까?
그의 자리를 후배들에게 넘겨야 할 때가 온 것일까?

음악을 하던 시절, 한동안 그와 함께 꿈을 키우던 때가 있었다.
매번 만날 때마다 늘 앞서가는 그의 실력과 지식, 철학등을 흠모하기도 하였었다.

세상사에 시달려 가며 주변에 하나 둘씩 음악을 그만 두고 현실을 좆는이들이 많아 질때도 그는 늘 무대에 있었고 TV에 있었고 음반에 있었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안정된 생활을 찾아 음악을 그만두고 모든 미련을 버리고 살고 있는 와중에서도, 그는 가끔씩 찾아와서 나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즐겁게 사는 모습이 어떤 것인지 보여 주었다.

항상 그가 부러웠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그는 계속 하고 있었고, 또한 빛이 나 보였다.

그러나... 그도 이젠 세월의 벽에선 무너지고 마는 것일까?
우리가 벌써 그런 나이가 되어 버린 건가?





재수하던 시절 같은 밴드팀으로 활동 할때,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드럼치던 친구와 함께 셋이서 우스개로 얘기 나누던게 생각이 난다.

"사람은 나이 40 이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 된데."

"푸훗, 우리는 그 때쯤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나에게 드디어 그리 멀지않은 시기로 다가온 불혹의 나이가 되었을때, 나의 얼굴은 어떤식으로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게 될까...
나는 그 얘기로부터 얼마나 내 자취를 남기려 몸부림 치며 살았던가.
그 많은 시간들 동안 나는 무엇들을 했으며, 어떤식으로 내 존재감을 증명 해보려 했으며, 얼마나 노력을 하고 살았나...

모든게 원점이다...

 

원을 긋고 달리면서 너는 빠져 나갈 구멍을 찾느냐?

알겠느냐?

네가 달리는 것은 헛일이라는 것을,

정신을 차려.

열린 출구는 단 하나밖에 없다.

네 속으로 파고 들어가거라.


<덫에 걸린 쥐에게>- 에리히 케스트너


 
인생은 끝없는 반성의 시간인것 같다.

과연 나는 언젠가 생을 마감할 때가 올때, 싱긋 미소지으며 한치의 후회없는 삶을 살았다 라고 얘기 할 수가 있을까...

그 친구가 떠나면서 진담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남기고 갔다.

"언젠가 내가 다시 돌아온다면 그 때 옛날 친구들 다시모여 다시 한번 연주해 보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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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같이 무대에 올라 연주 했었던 음악들 중에 한곡이 떠오른다.
플륫 주자까지 초빙해서 재밌었지?

Long Goodbye - Camel (앨범 Stationary Traveller 中 )


그 친구와 함께 이곡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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