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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일간동남아여행일기/캄보디아

#53 그리움의 시작 (캄보디아 씨엔립 1일)

<84일간 동남아 여행일기 53일째>
프놈펜 -> 씨엔립 1일 
2007/01/26 (금)  날씨 : 차에서 쪄 죽었다.

Here's to Love - Sadao Watanabe(Feat. Roberta Flack)
 

씨엔립으로 가는 버스 시간를 여유있게 잡아놔서 느즈막히 편하게 일어났다.
마음같아선 일찍가서 숙소부터 잡는게 좋겠지만 어차피 도착해도 첫날은 그리 할일이 없기에 긴 버스여정을 생각해 그리하였다.

짐을 다 챙긴 후 아침먹으러 길가로 나섰다.
대로변 중국풍 노점에서 나름 골라서 국수를 시켰는데 영 입맛에 안맞는다.
처음으로 아침 음식을 남기고 나왔다.

그래도 이대론 너무 출출한데...
얼마전 눈여겨둔 '럭키버거'가 떠오른다.
이시간에 열었을까? 에라, 이럴때 가보는거야.
씩씩하게 잰걸음한다.

햄버거세트, 행복하다.
태안이 얼굴을 봐도 역시 함박웃음이다.
하나 더 먹을까 하다가 이번엔 가게내에 같이 있는 'Luckafe' 코너에서 커피+ 케이크로 디저트(?)를 한다.
간만에 아침 푸짐하게 채웠다.

가게 내에 ATM이 있어서 뽑아봤는데 달러로 나오니 편하다.
게다가 다른나라에선 잔액이 표시 되어지지 않았는것과 달리 이곳은 남은 잔액까지 달러로 표시가 되어나오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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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아침 음식 남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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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롯데리아 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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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일 큰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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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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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y Bur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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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비싼 것 시켰다.그래도 싸 :)


흡족하니 배부르니 돌아오는 걸음이 오히려 가볍다.
10시 15분 차. 다른 사람들은 일찍 다 떠났나? 우리 말고는 여행자들이 딱 한팀이고 모두 현지인 들이다.

음?? 우리옆의 앞자리 않아있는 여인 둘이 눈에 뜨인다. 유일하게 젊은 사람들이네?ㅋ
슬며시 나름대로의 상큼한 미소와 눈 웃음을 보내 본다.ㅎㅎ
간식거리인가? 뭘 먹고 있길래 하나 좀 달라고 해본다.

에고 맛 없당. ㅠ.ㅠ
무슨 무 같은것에 양념소금으로 절인것 같았는데 향도 그렇고 입맛에 영 안맞는다.
그래도 인상쓰면 안되지. 암.
맛있는 척, 씨익 쪼개주며 감사의 표시로 우리 가방에서 과자 한봉지를 건네준다.

한참을 지루한 버스 여행을 간다.
어디쯤 온걸까? 중간 휴게소에 들렀다.
늘 하듯이 내리자 마자 태안이와 담배를 태우고 있는데, 아까의 여인네들이 손짓하며 오라고 한다. 응???
따라가서 테이블에 앉으니 같이 식사나 하자며 음식을 주문한다.
초면에 얻어먹기가 그래서, 같이 옆 슈퍼에 가서 음료수를 사온다.

둘다 영어를 전혀 못하다시피 하니 대화가 힘들다.
메모지를 꺼내 적어 주어도 못 읽는 것 같다.
겨우 이름이 Kon 과 Avy 인 것과 나이 정도만 알게 된다.
태안이와 나, 실제 나이 얘기하기가 쑥스러워서 둘다 20대 후반이라 했는데 그래도 믿어주는 눈치다. ^^;;

가볍게 식사후 다시 탑승한다.
Kon의 성격이 꽤나 활달하다.
승무원과도 재마나게 얘기나누며 웃음 소리도 커서 차안이 흥겹다.
버스 에어컨이 문제가 있는지 완전 찜통이다.
견디다 못한 승객들이 창문을 하나둘 씩 열어제친다.
옆자리 앉으신 할머니가 멀미가 나셨는지 힘들어 하시는 게 보기 안쓰럽다.

다음 휴게소에선 그녀들이 과자를 사는 걸 보고 내가 또 음료수 사온다.
차 옆 그늘에서 담배피고 있으려니 옆에 와서 장난치며 놀게된다.
말 한 마디 안통해도 그녀들을 웃길 수 있는 내 능력에 나도 놀라 감탄한다.

중간에 버스에 탑승한 채로 배도 타고, 드디어 5시쯤 됐을까 씨엔립에 도착했다.
찬찬히 주변을 살펴보니 아마도 구시장 근처인 듯하다.

어? 이 여인들 우리가 짐을 꺼내는 동안 아직 안 떠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뚝뚝 같이 타자는 것 같은데 왜일까?
뚝뚝기사와 얘기를 나눠보는데 이해를 잘 못하겠다.
우리는 숙소 정하러 돌아 다녀야 하는데 어쩐다? 일단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롱라이브G.H로 가자고 하고 같이 탄다.

태안이 방 있나 알아보러 갔다오라 하고 뚝뚝기사를 통해 통역을 하며 대화를 시도해 본다.
어쩌구 저쩌구 이 여인들 집은 좀 떨어져 있고 이래저래 버스에서 고마웠다고 자기집에 초대 하고 싶어 한다는데??
정확히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기에 방을 잡고 온 태안이와 해석하느라 머리 아프다.
에고 복잡해. 그냥 오늘 저녁식사나 같이 하자고 한다.
그녀들을 집에 태워다 주고 있다가 픽업해서 7시쯤 우리 숙소로 대려와 달라고 뚝뚝기사에게 부탁한다.

트윈룸은 꽉차서 더블룸을 잡았다. 그런데 이방은 핫샤워가 안되네.. 좀 추운데..
약속을 했으니 누워서 자긴 그렇고, 샤워 재개하고 옷갈아 입은 후 주변을 둘러본다.
와~ 한국사람들 정말 많이 보인다.
아까 체크인 할 때도 보니 이 롱라이브는 90프로 넘게 모두 한국인이더군.
방도 볼겸 나이드신 한국인 내외분이 운영하신다는 리틀월드G.H를  가본다.
롱라이브와 비슷하구나...

태안이가 아까 그녀들 때문인지, 뻘쭘하게 "이곳 여자들 어때요?" 하고 사모님께 물어본다.
사모님이 "여기 오는 여행자들 딱 조심할 것 세가지야. 술,도박 그리고 여자!" 말한다.
흐이그... 그건 어디가나 마찬가지 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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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늦네? 오긴 올려나?
혼자 주변 다른 게스트 하우스 더 둘러보고 와보니 그녀들이 도착해 있다.
와~~ 아까의 간편한 복장과는 달리, 다들 멋진 드레스에 예쁘게 치장 하고 왔다.
마치 데이트 하는 것 같은데? 긴장된다.

바로 식당으로 향한다.
그녀들이 미리 어디로 가자 정해 놨는지, 우리는 행선지도 모르고 그냥 드라이브 한다.
여자 조심하라고 했는데... 좀 떨리네? 유명한 곳이라고만 하는데 초행길에 웬지 일이 잘못 되는 건 아닌가 약간 겁이 난다.

어? '바이욘(Bayon)' 이구나??
책에 나와 있던 레스토랑이였는데 잘됐네.
중앙에선 특이한 인형극이 펼치고 있다.
역시 단체 관광객이 많다.
친절한 웨이터 덕분에 '씁쯔낭 다이' 등 여러 음식을 골고루 편하게 주문 했다.
이게 웬 호사냐?
옆에서 웨이터가 요리해주고 Avy와 Kon이 음식 덜어서 나눠주고 너무 좋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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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많네 많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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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떨어져 있어서 자세히는 못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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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이게 &#39;씁쯔낭 다이&#39;구나.



간만에 바디 랭귀지와 의성어로만 대화를 나누려니 좀 힘들긴 하지만 분위기가 흥겹다.
얘기를 정확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Avy는 프놈펜에 7살 애가 하나 있다고 하는 것 같은데, 25살... Kon은 23살 이라는데 아깐 22살 이라며? 뻥쳤구나 너희들?  하긴 나도...^^;;
분위기가 좀 어두워질 듯 할까봐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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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이와 A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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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과 나, 어째 짝이 바뀌었네 ^.^


맛있긴 한데 양이 좀 적네...
나와서 어디 가서 술이나 한잔 더 하자하니, 그냥 자기네들 집으로 가잔다.
잘 이해가 안되네... 왜 자꾸 집으로 데려가려 하지??
분명 이상한 여자들은 아닌데??
뚝뚝기사의 통역도 웬지 잘 못알아 듣겠다. 걱정하지 말라고는 얘기하는데...

에라 모르겠다, 가보자!
Kon이 태안이 손을 끌어 당기며 자기 옆에 앉힌다.
꽤 머네? 뚝뚝에서 정말 희한스럽게 재밌게 놀면서 시내 구경을 한다.(세계는 하나다. 정말 말한마디 안 통해도 이리 재밌게 놀 수 있다니...)
얘기 들어보니 저기 보이는 호텔에서 일하는 것 같은데? 무희인가?

음침한 골목길로 들어서게 되자 태안이와 둘이서 약간씩 쫄아든다.
우스개로 "형, 무슨일 생기면 내가 3~4명은 책임 질테니 형은 무조건 도망가서 신고해" 한다.
설마...

겨우 도착!
하숙집인걸까? 방으로 들어가니 자그마한 방에 침대. 욕실, TV...
왜 데려온 걸까?
뚝뚝기사도 들어와 같이 얘기해주면서 우리 의심들을 푼다.
요 앞길 지나온, 모 호텔에서 아침 6:00~낮 2:00에 일을 하는데 프놈펜에 사시는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휴가를 내고 다녀온거라 한다.
우리를 다른 친한 친구들 처럼 집에 초대해 두런두런 놀으려고 데리고 온거라는데 색안경 끼고 바라본 우리가 부끄럽다. ㅠ.ㅠ
과일과 과자. 그리고 영캄 사전... 그런데 캄영사전은 없지? ㅋㅋ
더 놀기 원하면 휴가 하루 더 연장 한다기에, 그러긴 미안 하고 우리 씨엔립에 일주일 정도 있을거니까 앙코르왓 관광 끝나고 한번 더 저녁 시간 가지자고 전한다.

벌써 밤이 깊었다. 내일 출근 할텐데 서둘러 일어나야 겠다.
아쉽게 작별~~

숙소로 와 뚝뚝기사 '소반'과 협의한다.
우린 내일 관광 일정이 어찌될지 모르니 미리 예약하진 않고 내일 일어나 상황봐서 전화 해준다고 한다.

숙소 빠에서 맥주 한잔 들이키며 태안이와 여자에 관해 이야기 한다.
웬지 이곳 첫날부터 바쁘게 다녔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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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직원이 늦은밤에도 홀로 남아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자!! 이제 내일부터는 꿈꾸던 앙코르왓 구경을 한다.
기대에 부풀어 선잠을 잔다.


느낌 : 무엇 때문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막연하게 나는 이번 여행의 최종 목표지를 앙코르왓으로 정했었다.
이곳에선 무언가를 느낄것만 같았고 무언가를 깨달을것만 같았다.
여행 떠나기전 제일 많이 책을 읽으며 공부를 했었고. 그래서 일부러 허망하지 않으려 태국에서 바로 오지않고 라오스로 베트남으로 먼길을 빙 돌아서 이곳까지 왔다.
늘 얘기하듯 맛나는 팥빵의 앙꼬를 제일 나중에 아껴 먹는 느낌으로...

이 여정만 마치면 나는 홀가분히 나머지 여행을 맘껏 즐기면서 다닐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앞으로의 갈길도 웬만한 볼거리는 다 봤기에 실컷 놀으려 뽀이펫에선 카지노도 들러보려 계획했었고 파타야,푸켓 등등 태국 중부, 남부 해변 유흥쪽으로만 돌아서 다닐 생각 이였다. 방콕도 마찬가지고.
나중에 상황봐서 싱가포르나 말레이지아도 꿈꿨고, 혹시 모를 카지노에서의 대박엔 인도와 유럽여행까지 ^^;;

그래서 이곳은 많은 의미가 나에겐 있었다.
태안이도 나와 같이 아픔과 상실을 안고 이번 여행을 떠났었다.
이곳에선 무언가 나 스스로 얻을수 있을꺼야 하는 기대에 잠을 못 이뤘다.
이유는 모르겠다.
웬지 그럴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