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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일간동남아여행일기/캄보디아

#55 나만의 욕심 (캄보디아 씨엔립 3일)

<84일간 동남아 여행일기 55일째>
씨엔립 3일 
2007/01/28 (일)  날씨 : 아침 바람 쌩쌩, 낮엔 쨍쨍.

Wasted Sunsets -Deep Purple
 

아침을 먹고 나서 또 숙소를 옮기기로 한다.
1층 카운터 바로 앞이라 그런지시끄럽기도 하고, 녹물 나오고, 수압도 낮고, 태안이가 또 성화다.

일단 체크아웃을 하고 소반과 만나 뚝뚝을 타고 여기저기 다녀 본다.
책에 나온 괜찮은 숙소를 찾아 가보았는데 이미 풀이다.
다른 곳도 찾다 보니 2층형식의 방가로 같은 곳이 완전 먹어주는데, 잠깐 귀를 의심 55$, 치~ 여기가 무슨 호텔급이냐?
너무 비싸다고 고개젓자 '그린 빌리지' 라는 곳을 소개 시켜 준다.
에고 괜히 옮긴다고 어수선 떠나? 가봤다.
음? 욕조만한 풀 ㅋㅋ , 그래도 조용하고 깨끗하니 괜찮다.
무엇보다 숙소들 몰려있는 곳에서 좀 떨어진데다 웬지 한국인들이 없어서 좋다.
No 에어컨, No 아침 하니 20$ ->15$. 가만? 아침 우린 아침 먹는게 좋겠다ㅎㅎ. 18$에 얻는다.
휘트니스 센터도 있네. 에고, 힘든데 이거 할시간 있을라나?
짐풀고 빨래까지 해서 널어 논다.

0123

12시가 다 되어서야 여정출발을 하게 되었다.
태안이가 콧물감기증상이 있어 중간에 약을 사먹는다.
좀 힘들게 다녔나...
자, 오늘은 앙코르왓이다.

앙코르 왓에 서면 우리는 세 가지에 놀란다. 거대함에 놀라고 균형미에 놀라고 섬세함에 놀란다. 앙코르 왓은 어떤 환상이나 기대를 품고 와도 절대 그것을 저버리지 않는 불가사의한 건축물이다.

앙코르 왓은 앙코르 유적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크메르 예술의 표현 테크닉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건축된 것이어서 그 짜임새나 설계, 배치, 인테리어는 발달된 현대 건축 기술로도 흉내내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하다.
<출처 : All About 앙코르 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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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해자를 바라보며 사자 석상이 수문장 처럼 서 있는, 물의 수호신 나가로 장식된 테라스가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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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끝의 신전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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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메르 루주군과 정부군의 격전을 말해주는 총탄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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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있던 비슈누 신상을 불교시절 부처님으로 얼굴만 바꿔서 이런 괴이한 형상이... 힌두교와 불교와 뒤범벅됐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은 아무런 저항 없이 향을 올리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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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명이 넘는 압사라 부조 중에서 유일하게 이를 드러내고 웃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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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옆의 도서관 건물을 지나 한참을 걸어 드디어 앙코르 왓으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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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회랑 조금만 봤는데 지쳐서 쉰다


과연... 웅장하고 숨이 막혀온다.
그림 하나하나 꼼꼼히 살피고 다니자니 시간이 너무 아쉽다.
너무 늦은 시간에 온건 아닌가... 사람들이 정말 많긴 하다.
가만히 책 읽어가며 1층 회랑 그림 관람을 하고 있자니 패키지 팀 우글우글. 하나를 제대로 보기가 힘들다.

서쪽 입구에서 남쪽편으로 가며 관람하다 보니 벌써부터 허기가 져서 외곽 그늘가에 앉아 준비한 과자와 음료를 조금 먹으면서 쉰다.
태안인 어디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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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사진을 찍는다. 행복하세요~

겨우겨우 미물계(微物界)인 사원 1층 회랑만을 한바퀴 돌았다.
「마하바라타」와 「라마야나」의 대서사시, 비슈누, 인드라, 가루다, 시바, 라마, 시타 등등 헤아리기 힘든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삼매경에 빠져 들었다.

벌써 뚝뚝 픽업시간 4시가 다가 온다.
어쩐다? 후딱 2~3층 까지 다녀올까? 아니면 다음에 또 올까?
뜨아... 일몰시간 가까와져서 인가? 밀려드는 인파에 질려서 더이상의 관람은 포기하고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다.



입구로 나가 태안이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어디선가 아이들이 떼거지로 "태호~~~" 부르기에 깜짝놀라 보니 그 아이들 사이에 태안이가 있었다.
무슨말을 했기에 그런가??  인기 폭발이다.
웬지 쑥쓰러워 과자들 나눠주고 자리를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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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HO~~~


돌아 오는 길, 프놈 바켕에서의 일몰관람을 소반이 강력 추천한다.

프놈 바켕 Phnom Bakeng : 천년왕국의 뜻을 품은 바켕산에 황혼이 물든다. 천 년전 그때, 야소바르만 1세가 서 있었을 이 자리에, 변함없이, 황금빛 찬란한 노을이 물들고 있었겠지.......
해발 67m에 자리한 프놈 바켕. 앙코르 지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신전이라 산 정상에 오르면 앙코르 일대가 한눈에 조망된다. 특히 일몰이 아름다운 프놈 바켕은 저녁나절에 하루 일정을 마감하며 찾는 이들이 많다.

벌써부터 인파가 밀려온다.
날씨도 그리 좋지 않아 너무 흐리다.
그래도 멋진 일몰 광경을 기대하고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않아 있었는데, 거의 일몰이 다가올때 쯤에야  나타난 어느 한국인 패키지 일행이 좁은 자리 내앞을 비집고 앉아 버린다.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기분이 팍 상한다.

웬지 내 욕심인가?
이 모든 느낌과 설레임, 감동들을 조용히 관람하고 싶다는 욕구는 잘못된 것인가?
인파에 휘둘려 있는 내가 짜증이 나서, 보다 말고 내려온다.
그동안 다른이의 사진에서 봐왔던 멋진 일몰 그림이 나오지가 않아 그렇지 않아도 속상한데, 기분까지 잡쳐 버렸다.
이 시기의 이곳 날씨가 흐려서 그런가? 기대했던 라오스의 푸씨언덕에서 보았던 그런 비슷한 일몰 광경, 다신 이곳에서 바라지 않으리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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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도 웬 낙서들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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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에 끼여서 발디딜틈 없다. 일몰도 이 시기 이런 날씨엔 정말 안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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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y와 Kon이 보고 싶다.
프놈펜에서 돌아 왔을라나...
소반에게 전화해봤냐 하자 아직 안왔다고는 하는데 직접 전화걸어 물어보지 못하는게 아쉽다.

밤이 되니 별로 할일이 없다.
오늘은 구시장 골목쪽을 피해 일본NGO 에서 운영한다는 모로포 카페를 찾는다.
뭐 여기도 한국인 많네.
음식 가격이 싸긴한데 양이 너무 적은듯하다.
이것저것 마구 시켜 배불리 먹고 보니 다른곳에서 먹는 비용과 비슷하게 나온다.
태안이 몸이 안좋아 보인다.
감기 증상이 오래 갈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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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숙소앞 조그마한 구멍가게에 들러보니, 와~ 물작은것 12통들이가 1$네? 빨래비누(1000R) 등 필요한것과 음료를 아주 재미있게 아주머니와 웃고 떠들며 흥정해서 사온다.
숙소 냉장고를 좀 채워놓으니 마음이 뿌듯한가? 피곤한지 오늘은 잠이 일찍 온다.


회상 : 웬지 모를 나만의 욕심으로...

그동안의 여행에서 느껴왔던 어딘가를 누비고 다닌다는 기분이 아닌, 이곳 씨엔립에서의 여행은 사람들에 부대끼며 다닌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 너무 익숙해 왔던 것일까? 이곳에서도 남의 눈치를 보며 다니고 싶지 않았고, 수많은 관광객들 틈에서 나만의 여행을 즐기려 자잘하게 신경썼던 것 같다.
때문에 일부러 북적거리지 않는 사람이 적은 숙소를 택했고, 나중에 Avy와 Kon과의 만남도 편하게 가지고 싶어서 한국인들이 찾지 않는 곳으로 찾았다.
이상하리만큼 이곳에선 너무도 많은 한국인들을 피해다녔고, 다른 곳에서와는 달리 어울리고 싶지가 않았다.

그만큼 장기여행객이 되어 가는 건가...
어쩐지 나는 내 속으로만 파고 들고 있는 같았고, 그 영역을 침범 당하고 싶지 않았다.
앙코르왓 유적들을 관람하는 내내, 스쳐가는 많은 여행객들 틈에서 예전처럼 가벼운 눈인사도 보내지 않았고, '나를 가만히 두세요' 식의 거만함조차 가진 것 같았다.
왜 나의 공간들을 뺏느냐는 식의 오만감의 욕심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은 걸까.
평소의 겸손함을 잊은 채로 그동안 너무도 무난한 여행을 해왔던 것은 아닐까?
완전한 혼자가 아닌, 편한 여행친구 태안이와 너무 오래 있어서였나?
이제는 무언가를 느끼고 해답을 찾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었었나?
나는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는 착각을 가졌던 걸까?
이곳에서 나는 예전 보다는 분명 커진 듯한 환각을 느끼고, 그 기분에 혼자 우쭐했던 것은 아닌가...
그것이 자조어린 독백일지라도 즐기려 했던 것은 아닌가...
마치 어려운 시험을 열심히 공부해 잘 치뤄 나가는 학생처럼 마냥 흡족함에 취해 다니는 것은 아닌가...

이곳에서 내 존재의 자그마함을 느껴야 할 때에, 오히려 부질없는 사심으로 내 그릇을 뺏기지 않으려는 방어로 헛 겉치레만 가득했었던 것 같다.
별것아닌 미련스런 욕심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