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3년 동안이나 쉬지 않고 지나쳐 가기만 했던 그 문을 이제야 들어선다.

매일 등굣길 버스창문너머로 보기만 했던 문.

학교 매점 아래 걸친 담장 너머로 무심코 시선만 두었던 곳.

그러고 보니 그때 많은 친구들이 먹고 남은 빵 봉지를 그곳에 날려 보내서 창덕궁(그 당시는 흔히 비원이라 불렀었는데……지금은 그리 부르면 안된다.)에서 모교인 중앙중학교로 항의가 왔던 것이 기억난다.



이왕 가는 것, 입장료를 좀 더 내고 하루 세 번만 가 볼 수 있는 옥류천 특별관람을 꾀했는데, 평일이라 괜찮겠지 하고 무작정 갔다가 표를 못 구해서 일반 관람을 하게 됐다.

그런데 바로 관람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서 사진기 배터리가 모두 떨어져 버릴 줄 이야……

하긴 내가 배터리 마지막으로 충전한 게 벌써 5개월 전이구나. 미쳐 ㅠ.ㅠ 여분이 있는 줄 알았는데 보조 배터리도 없었다. 준비 없이 다니는 게 이리 낭패일 줄이야. 체크 좀 하고 다니자!

 

그냥 간만에 홀가분히 도우미아가씨의 안내설명만을 충실히 들으며 따라만 가자니 몹시 허전하고 갑갑했다.

 

관람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뭇 내 아쉬운지라 바로 인터넷 관람 예약, 다음날 또 한번 창덕궁을 찾아 옥류천 관람을 나섰다.

그래서 이틀 연속 창덕궁을 ㅎㅎ



바로 전날이 소나기가 내리고 약간 흐린듯한 날씨였던 것에 비해 오늘은 너무 화창하다.

하늘 빛깔이 틀려지자 더더욱 경관이 아름답다.

 

창덕궁의 묘미는 사실 자연과 어울리진 멋진 경관인 듯 하다.

하나 하나의 역사적 의미와 배경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 보다는, 그냥 편하게 다니면서 주변 수목과 자연스레 조화를 이루어 세워진 건물들, 정자들, 정원들을 느끼는 것도 한 좋은 관람 방법인 듯 하다. 특히 후원은 그리하다.

 

 





창덕궁 후원

자연지형을 살려 만든 왕실의 휴식처


태종이 창덕궁을 창건할 당시 조성한 후원은 나중에 창덕궁과 창경궁 두 궁궐의 공동 후원이 되었다. 이들 궁궐이 다른 궁궐보다 특히 왕실의 사랑을 많이 받은 것은 넓고 아름다운 후원 때문일 것이다.

-중략-


창덕궁 후원은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골짜기마다 인공적인 정원을 만들었다. 약간의 인위적인 손질을 더해 자연을 더 아름답게 완성한 절묘한 솜씨이다. 4개의 골짜기에는 각각 부용지, 애련지, 관람지, 옥류천 정원이 펼쳐진다. 4개의 정원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크고 개방된 곳에서 작고 은밀한 곳으로, 인공적인 곳에서 자연적인 곳을 점진적으로 변화하며 뒷산 응봉으로 이어진다.

-중략-

세계 대부분의 궁궐 정원은 보고 즐기기 위한 관람용이어서 한눈에 볼 수 있는 장대한 경관이 펼쳐진다. 이에 비해 창덕궁 후원은 작은 연못과 정자를 찾아 여러 능선과 골짜기를 오르내리며 온몸으로 체험해야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창덕궁 안내 책자 발췌>












이리저리 능선을 거닐다 보니 땀에 흠뻑 젖는다.

큰 기대를 했던 옥류천은 생각보다 규모가 너무 자그마해서 약간 실망을 했다.

하지만 옛 왕들이 거닐며 휴식을 취하던 이 자리에 나도 앉아 쉬고 있다는 사실. ㅎㅎ

그 시절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마음으로 그려 본다.

간만의 가벼운 트래킹, 삼림욕을 즐기며 기분은 상쾌해진다.

가을에 오면 멋진 단풍과 어울러진 더 멋진 모습의 창경궁을 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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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07. 25~26>




 

Posted by 스타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