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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일간 동남아 여행일기 76일째>
깐짜나부리 3일
2007/02/18 (일)  날씨 : 화창하다.

삶에 관하여 - 벌거숭이


※ 카메라 고장중 ※

일찍 눈을 뜨긴 뜨지만 카메라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인지 몸이 무겁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카메라를 살펴보니 렌즈부분도 습기가 가득차 아직 들 마른듯 싶다.
켜보기도 겁나고, 다른 것 하나 사야 되는 걸까...

이것저것 괜히 어수선을 떨어 본다.
간만에 한국에 전화를 걸어 본다.
조카애가 전화를 받는다. 구정이라 그런지 가족들이 모두 모인 모양이다.
안부를 물으며 같이 있지 못하게 된것을 사과한다.
내가 어디에 와 있는 걸까...
일부러 피하는 것은 아닌지...
못난 저를 용서해 주세요...

인터넷 좀 하다보니 어느새 정오를 향한다.
카메라 가격도 알아보니 오히려 한국이 더 싼듯하다.
여행기간도 이제 며칠 안남았는데 그냥 안사기로 결정내린다.

아침먹고 들어와 선풍기에다가 카메라와 메모리를 걸어놓고 3단 최고로 틀어 놓는다.
어제밤에 이렇게 할껄...
카메라도 그모양이고 나들이 가기엔 시간이 어정쩡 하다.
오늘은 그냥 마당에서 책이나 읽기로 한다.
햇볕이 제법 따사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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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업' 책 그동안 정말 아껴서 보았는데, 이젠 마지막 장이 되었다.
가끔씩 읽는 도중에도 가슴이 뭉쿨해져 눈물이 고이곤 한다.
이젠 돌아갈 때가 가까워지는지 조금씩 마음의 정리도 되는 듯하다.
하나둘씩 과거의 아픔들이 오버랩 되며 지워지는 것 같다.
강변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경치를 가슴에 담아둔다.

잠깐 샤워하고 나와보니 일몰 색깔이 너무 예쁘다.
라오스에서 본 푸씨언덕의 감동이 떠오르며, 그동안 지내왔던. 지나쳐왔던 한순간 한순간들이 다시 되새김질 된다.
참 많은 길을 다녀왔구나...
무엇을 위해 그 먼길을 방황해야만 했었던 걸까...
나는 무엇을 깨달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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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 앞에 있는 나이트 바자에 가서 얼쩡 거려본다.
곳곳의 사람들 흥겨움에 동화되어지고 싶다.
사람들이 그립다... 가족들이 그립다...

길가에 고기부페같이 화로에 구워먹는게 너무 먹음직 스러워 보인다.
값도 싼데(79바트) 아무래도 혼자서 고기구워먹는 장면은 안그려진다.
망설이다가 내일은 누구 하나 꼬셔서 같이 먹어야지 하며 미루고 군것질만 한다.
싸고 맛나는 군것질 거리 사서 숙소로 가지고 온다.
다 못먹고 남긴다.

밖에 나가 여행프로그램과 버스편 알아보고 인터넷을 한다.
이제 귀국 항공편은 OK 떨어 졌구나.
한번 연장했던지라, 그냥 확정되고나니 괜시리 아쉽고 더 있어지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게 무슨의미가 있나.
몇군데 더 돌아다니고 방황해봐야 어떤 의미가 있나...
나는 이제 앞을 보고 살아야 해...
과거의 슬픔을 딛고 일어날 힘이 났으니, 더이상의 상념은 무책임 하다.

남은 일정을 어디서 보낼까 생각해 본다.
먼거리는 어렵고 파타야에 가볼까? 아니면 아유타야 들러볼까?
이제는 마음고생은 끝내고 마음껏 실컷 아무생각없이 놀아보고도 싶다.

맥주 한캔 사서 들어와  남은 음식과 함께 해치운다.
또 잠자리에서 뒤척거린다.
내일도 바쁘게 살자...카메라도 제발 작동해 주렴..


느낌 : 변한것을 인정하는 자세.

여행을 떠난 목적중에 가장 큰 하나는 나 자신을 바꿔보고 싶은 것이었다.
많은 아픔과 시련들 속에서 마구 엉켜가기만 했던 주변 환경도 다시 바꾸어 보고 싶었다.
내가 바뀐다면 그 모든 것들은 다시 제자리로 돌려 놓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원동력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나를 바꾸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주변이 변한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게 비록 처절한 슬픔일지라도 내 힘으로는 바꿀 수 없는 나약함부터 인정해야만 했다.
그것을 받아 들이기 싫어서, 너무도 힘들어서 피하기만 했던 존재...
그 치사함조차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이었다.

모든 것은 인정하는 자세로부터 시작이 되었다.
앞으로 가기 위해서는 아픔을 딛고 도약을 해야만 한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 그 상황이 주는 배움을 얻는 가장 빠르고 강력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나는 과거로 부터 무조건 달아나려고만 했었다.
그러나 달아나면 달아날수록, 멀어지려 하면 할수록, 아픔은 더욱 커져만 갔고 어느새 건드리기 조차 꺼려지는 치부가 되어졌다.
못난 나를 용서하려면 상실을 느껴야 했고, 그녀를 용서하려면 과거를 인정하고 보내주어야만 했다.

가슴이 에어지면서도 한줄기의 빛이 자유로 인도했다...



Posted by 스타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