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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09 #68 홀로 된다는 것 (태국 꼬 피피) (4)
<84일간 동남아 여행일기 68일째>
끄라비 라이레 -> 꼬 피피 1일
2007/02/10 (토)  날씨 : 너무 쨍쨍하다

Moon On The Water - 'BECK' OST 


조금만 더 잔다 잔다 하다가, 갑자기 태안이가 소리질러서 깬다.
대충 세수만 하고 문을 나선다.
피피섬으로 가는 배가 9시에 떠나기에 일찍 서둘렀다.
너무 이른가? 숙소 식당이 문을 안열어서, 그냥 배가 떠나는 서라이레 쪽으로 간다.
중간쯤 걷는데 태안이가 전재산이 든 복대를 베게밑에다 그냥 두고 왔다며 소스라치게 놀래더니 뛰어간다. 하악하악~ --;

서라이레 식당들 디따 비싸다.
이리저리 또 움직이기 귀찮고 힘들어서 'Real Coffee' 에서 그냥 먹는다.
여태까지 다니면서 최고 비싼 아침을 여기서 먹어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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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괜히 또 일찍 온거야?
기다려도 기다려도 배가 떠나지 않는다.
하염없이 모래사장에서 낙서하며, 사진 찍으며, 하늘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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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한참이 지나서야 출발을 했다.
그냥 직접 피피로 가는게 아니라 여기저기서 모인 사람들이 모두 한 큰 보트로 갈아타서 가는 거였다.
제일 늦게 탄지라 너무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앉을 자리도 없다.
후... 꽤나 고생 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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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라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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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디딜틈은 있는거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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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속 씨디 다 부서지겟네 ㅠ.ㅠ


바다색깔이 너무 예쁘다.
배 후미의 모퉁이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시원한 바람을 안주삼아 맥주 한캔을 들이키며 경관을 즐긴다.
여러 섬들이 지나치며 우리가 갈곳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확대

드디어 피피 섬에 도착했다.
그래!!! 이제야 해변가 같다!!!
대강 둘러보니 파라솔도 있고 뛰노는 인간들도 많다.
제대로 한번 놀아 보는거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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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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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제 해변가 다운걸?


선착장에서 숙소 밀집지역으로 걷는 길에 익숙한 한글도 보인다.
'히포다이버' 와 'OZ다이버' , 한국인이 운영하는 다이빙업소다.
OZ에 잠깐 들러 숙소문의를 해보고 힘차게 방을 알아보러 나선다.

도중에 짐이 너무도 무거워 잠깐 내렸다가 다시 짊어 매는데 앞장서던 태안이가 안보인다.
열심히 쫏아갔지만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네.
라이레에서도 놓쳐서 핀잔 많이 들었었는데...
음... 허름한곳이 1000바트 이상 받는다.
싼곳 알아보는 건 힘들겠는데? 게다가 방도 많이 없다.

태안이 찾아 삼만리 하다가 그냥 잃어버린 지점인 경찰서 앞으로 다시 와 기다린다.
뭐야.... 기다린지 1시간 30분이 지나가는데 오질 않는다. 어떻게 된거지?
선착장 입구 근처로 돌아와 'OZ'로 가서 잠깐 짐을 푸르며 기다려 본다.
일단 모두들 이앞을 지나가니 볼수 있겠지...

아까 잠깐 들렀던지라 사람들이 태안이 얼굴을 알기에, 혹시 걔 지나가면 저 2시 30분에 이곳으로 다시 올테니 기다려 달라고 얘기해 달라 부탁 드리고 다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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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옆 가게에서 1시간30분 기다렸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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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Z 다이버


숙소 빨리 알아봐야 할텐데...
이녀석이 잡았으면 어떻게 하지?
아까 물어봣던곳도 이젠 방이 없고 그나마 2000바트를 부른다. 뜨아...

2시쯤에 OZ로 돌아왔다.
태안이 왔다가 갔단다. 어떻게 된거야? 안기다리고??
그렇게 또 한참을 기다린다.
열받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좀 있으면 아마 방 구해서 돌아 올거라고 하지만 마냥 창피하게 기다리는 것도 답답하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다시 나혼자라도 방을 구하러 돌아 헤멘다.
정말 한참을 헤멘다...
없다!!! ㅠ.ㅠ.  3천이고 4천이고 그냥 들어가려해도 빈방이 하나도 없다!! 이럴수가...
하루에 두세번만  배가 들어오고 나가는지라, 아까 우리가 일찍 왔었을때 빨리 얻어야 했었다.
다시 OZ로 돌아와도 태안이는 오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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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젠장... 그냥 보트타고 피피 떠난거 아냐?


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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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하긴 하지만, 잘곳이 있다는게 어디냐..

사장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여행다니면서 만난 사람들이 그런 사람도 있죠...' 얘기 하는게 마음이 아프다.
나와 태안이가 그정도 밖에 안되는 사이였던가...

윗방이 지저분하긴 하지만 비었으니 쓰라고 하신다.
대신 스쿠버다이빙을 하기로 약속했다.
별로 생각은 없었지만 이렇게 된것 아예 오픈워터 자격증까지 따버릴까도 생각해 본다.

일단 짐을 푸르고 간단하게 샤워를 한다.
이곳은 물값이 비싸다고 미리 수조에 담아서 쓰고 있었다.
웬지 신세가 처량해진 것 같아 속상하다...


후~~ 옷갈아 입고 뭐라도 입가심 하러 나온다.
그냥 걷던중에 '피피 베이커리' 빵이 너무 맛있어 보여 냠냠..
허기를 달래니 좀 제 정신이 든다.
음.. 간만에 혼자다... 태안이에게 너무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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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해변가에서 날 저물때까지 있는다.
모기에게 엄청 뜯긴다.

아... 도대체 어떻게 된거지?
내가 그녀석에게 이런 존재밖에 안되었던가...
이런식으로 어처구니 없게 헤어지게 된건가?
그리고 왜 하필 이런 해변가에서 나 혼자 두고 떠난단 말이니...
서글퍼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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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 OZ로 돌아온다.
엄청 쪽팔리다.
그냥 방으로 들어와 모기약 바르고 일기를 쓴다.
시간이 너무 이른것 같기도 하고 뭐하징...

방이 너무 갑갑해 사무실로 나가 인터넷을 해본다.
태안이에게서 연락도 없고... 계속 열만 더 받는다.

방에서 뒤척이다 보니, 저녁때 사장님과 얘기나눌때 본 학생들 두명이 들어온다.
아! 너희들도 숙소 못구했구나?
얘네들도 대신 체험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로 했단다 ^^;;;

그냥 잠자기도 뭣하고 수다를 떤다.
이번에 대학 들어간다고 한다. 짧은 일정에 푸켓을 들러 이리로 왔다는데 유흥지만 다니는구나?
이들 앞에서 대단한 여행선배인척 우쭐거린다.

이제 좀 졸리다... 자자! 자!! 흑흑!! ㅠ.ㅠ
내일 일은 내일 또 걱정하자...

느낌 : 내 신세가 초라해 진다.
두달여동안 같이 동고동락했던 동료가 그냥 사라졌다.
어차피 처음부터 아무런 관계는 아니였다고 하지만, 이런식의 이별은 꿈도 못꾸었었다.
같이 힘들게 고생하기도 하고, 즐거운 일도 같이 나누며 그렇게 옆에서 늘 같이 있었던 존재가 갑자기 없어지니 황당하기까지 했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여러가지 사연을 모르는 이들에게, "여행다니며 만나는 사람들 중엔 그런 사람들도 있죠" 하는 식의 가벼이 우리 사이가 정의 내려진다는게 서글펐다.
우리 관계가 그것밖에는 안되었던가 자조 하면서, 홀로 외로이 밤하늘을 바라보며 맥주를 들이켰다.
그냥 얘기하고 떠나도 됐을텐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그리고 왜 하필 이런 시끌벅적한 해변가란 말이니...
이런곳에선 혼자 더 정말 외롭잖아...
그동안의 우리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였던 걸까...

여행 처음 시작한 날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들이 하나씩 스쳐간다.
이루다 열거할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
그동안 나누었던 많은 사연들...
이 모든게 다 신기루 였나...

마음 한구석에서 타들어가는 속상함과 치밀어 오르는 화를, 외로운 밤하늘 파도소리에 쓸려보낸다.
그냥 마음을 비운다.

예기치 않은 이별이지만, 어쩌면 이렇게 좀더 빨리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된게 잘된건지도 몰라...
그래도 그동안은 정말 같이 있어서 즐거웠잖아...
안녕~ 태안아...



추가 : 훗날 태안이는 이날에 대해 얘기하기를 꺼린다 ^^;;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아직도 궁금하다.
몇차례 물어봐도 "형~ 그냥 다 지난일이라 생각하고 잊어줘~~" 말하니 더 묻기도 그렇다...

한참후 깐짜나부리에 있을때 방콕에 있는 써니누나와 통화하던중, 그녀석이 태사랑에 글을 남겼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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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예전에 알려준 메일 기억 못하는 건 그렇다 치고, 머리만 좀 더 굴리면 쪽지함을 열어서 아이디를 알아보면 될텐데 --;
창피하게 공개글에 그게 뭐란 말이니 ㅠ.ㅠ

암튼 이날은 정말 미스테리 이다...


 
Posted by 스타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