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도 그러하지만 특이한 소재로 흥미를 이끄는 구석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스릴러물들을 포함한 영화들이 요즘들어 꽤 '반전'에 몰두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관객으로 볼때는 '두뇌유희' 라는 점에 재미를 주긴 하지만 이렇게 친절한 해설을 영화 뒷편에 넣어주는 영화는 처음 본듯도 하다. 마치 DVD 서플먼트를 보는 듯한 느낌? 차라리 그랬으면 더 속이 시원하기도 했겠다.
많은 추리를 자아내게 만드는 영화다. 해설뒤에도 끊임없이 드는 의문은 감독의 연출력부족인가?
모든 반전의 요소인 초반부에 깔린 '복선' 을 유심히 지켜보았을 때 이미 영화의 흐름을 알아채긴 했지만 오히려 친절한 해설을 듣자니 더더욱 궁금증이 일어났다. 내가 마치 펭귄을 찾는 성지루의 모습이 된듯하다.
많은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박해일이야 뭐 인정하는 배우긴 해도, 여러 등장 배우중의 성지루, 최주봉의 연기는 정말 압권이였으며 다른 배우들도 어울러지는 흡인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유혜정의 연기는 의외였었다. 예쁜 이미지에서의 탈을 보여주어 노력하는 배우구나 다시 보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엉뚱함(스포일러부분이 있다.)
초반부 쓸데없는 장면 삽입으로 인해 영화의 품격을 떨어뜨렸다. 유치한 코미디도 아닌 삼류 표정 장면 왜 넣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박해일이 아닌 박솔미가 범인일수도 있다는 가설에 촛점을 두어본다.
영화의 섬에서 일어나는 모든 장면은 박해일이 쓴 기록일지의 한장 한장의 회상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솔미의 간간히 내뱉는 대사와 여러 등장 인물들의 행동과 장면에서 유추할 수 있는 사건의 종말은 웬지 앞뒤가 잘 안맞는다는 느낌은 나만의 상상력일까?
일단 시체는 어디로 갔을까? 박솔미가 얘기한 "묻어버리면 아무도 못찾아요" 란 대사나, 박해일도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속편이 나오지 않는 이상 이건 말이 안된다. 모든것을 다 포기한채로 박솔미를 일지와 함께 내 보냈다면 일부러 시체들을 숨길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러나 섬은 깨끗하다.
일지도 자기에게 주사를 놓고 그 과정까지 다 적은후에 시체들 다 꼼꼼히 숨겨놓고 그다음 내보낸 건가? 박솔미가 박해일에게 유리파편을 들고 자기손에 피흘리면서 찌르려 했을때의 상처도 뱃가에 떠내려가는 박솔미 손을 보았을때 아무 이상이 없었다. 붕대도 없고.
여러 납득 안가는 장면 중 몇가지는 성지루가 스케치북에서 발견하는 메모이다. 분명히 박솔미가 학교 교실에서 남아 있었다. 그 박솔미를 눈치못채게 박해일이 몰래 들어와 메모를 남겼다는것은 시간의 흐름상 있을수가 없다. 그래서 성지루가 외치잖나? "이년이 범인이야!! 이년이 뒤에서 다 조종했어!!!"
돈다발이 박솔미 방에서 발견되는 점이나, 보트에서 나와 돈가방을 들고 진료소로 오자마자 죽어가는 소녀의 모습을 확인도 하지않고 담요로 덮었던 점등등 너무도 그렇게 생각할 여지를 많이 준다. 그리고 마지막 대사. 그래도 살아 나오시다니 운이 좋으셧네요 묻자 하는 말. "운이... 좋았다고요? "
어쩌면 박해일은 보트에서 성지루와 결투를 가졌을때 이미 죽었는지도 모른다. 그 이후는 모두 박솔미가 정리한 것이라면 이야기는 훨씬 수월해진다. 극장에서 보았기에 다시보기를 할 수 없었지만 초반에 낚시줄에 걸려 나온 머리가 누구의 얼굴인지도 궁금하다.
사건이 종반부로 갈 즈음 박해일도 이성을 잃고 진료소에서 의료기구를 떨어뜨려가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데 어쩌면 박솔미가 가져다 준 음식에 설탕을 섭취했을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박해일에 대한 사랑이 열매를 맺지 못하자 모든것을 복수하는 개념으로도 비약 시킬 수도 있다.
이게 더 설득력있게 보이는데??
'유주얼 서스펙트' 나 '원초적본능' 류의 이제는 식상한 결말을 감독은 두려워 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