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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일간동남아여행일기/베트남

#33(베트남 싸파) 어릴 적 동심으로

<84일간 동남아 여행일기 33일째>
라오까이 ->싸파  
2007/01/06 (토)   날씨 : 비 좀 오고 안개끼고 춥다. 방엔 한기가...


부스럭 소리에 잠을 깬다.
옆 침대에서 자던 베트남 사람들이 일어났는지 세수하러 나가는 모양이다.
대충나도 담배한대 태우다 세수하고 짐 꺼내 놓는다. 태안이는 나보다 일찍 잤음에도 아직도 한밤중이다.
금방 도착 시간 다 됐는지 음악을 틀어준다. 10시간 걸리는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찍 도착 했다. 7시도 안됐네.
예상치 못한터라 서둘러 태안이를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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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삐 내리느라 기차에서 해결 못한 태안이 역에서 또 화장실 이용 3,000동 낸다.

내리자마자 화장실 찾는건 너밖에 없더라. 녀석 큰 건지 화장실 앞에서 오래 기다리자니 창피하다.

역을 나서서 여행사에서 쥐어진 이곳 호텔 명함 흔들어 댄다. 내가 배낭여행 온거 맞남?
중국 가시는 한국분과 작별하고 픽업 버스로 싸파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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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가 우중충 내리고 안개도 팍팍 끼고 왜이리 춥냐 추워...
버스 창가엔 습기가 차 바깥도 잘 안보인다.
웬지 비가 피곤한 몸과 더불어 마음까지 감성모드로 바꾸는 것 같다.

호텔 도착하자마자 식사 티켓을 준다.
아침 식사를 하다보니 한국여자분들 두팀이 보인다. 6명씩이나 되네.

그러보니 한팀 두명은 우리와 같이 기차타고온 중국가시는분과 하노이에서 작별하셨던 분인데? 기차 시간이 틀렸었나?


방에 들어오니 좋긴한데 으스스한게 한기까지 돈다.
ㅋ..  얼마만이냐 이 두꺼운 이불, 그리고 욕조...
간만에 한껏 뜨거운 물에 몸 담궈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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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이가 아까 10시에 로비로 나오라 했다 해서 서둘러 나가니 뭐냐?? 1시 30분에 오라네.
줸장 뭐하지??  한국분 둘이 싸파시장이 요 바로 밑이라며 가보란다.
가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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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냐 정말 고산 족 많당~
둘러보는 재미가 정말 쏠쏠하다.
비가 내려 더욱 어수선 하긴 하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것보다 다채로운 의상과 사람들을 보자니 여행온 느낌이 제대로 팍팍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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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추운날씨에 견딜수 있는 태안이 옷부터 찾는다.
어라? 여기가 오히려 사이즈 큰 것 구하기 쉽네?
태안이의 시디 플레이어 넣을 예쁜 지갑 사는데 꼽사리 껴서 조그만 목지갑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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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짝퉁 고산족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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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한번도 못 입어보고 캄보디아에서 버렸다 ㅠ.ㅠ

옷사는 걸 보니 웬지 나도 사고 싶다.

샀다 ㅠ.ㅠ. 멀쩡히 있다가 옆에서 사는 것을 보면 왜 그렇게 충동이 생기는지 내가 좋아 하는 보라빛 색깔 예쁘다고 부추키는데 '물 많이 빠지지 않나?' 걱정 들어도 흥정하는 재미에 티셔츠 구입한다.
일부러 팔길이까지 수선한다.(숙소와서 태안이 옷 욕조 담구니 물빠지는 게 장난 아니다. 난 나중에 바다가서 소금물에 담궈야지).- 나중에 이 옷 때문에 큰 곤욕 당한다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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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커서 배낭족이 될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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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한가운데엔 성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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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다니다 보니 벌써 배고프다.
군것질 좀 할까 하다 비도 오고 우중충해서 식사 티켓도 아깝기에 호텔로 돌아 간다.
잠시 후 가이드가 와서 투어 가자고 한다.
소규모네?? 태국분 한국분 다 어디갔지?? 쫄랑 6명 따라 간다.
두 마을은 가는 줄 알았는데 이상타?? 깟깟마을만 간대네?

한커플 옷사는 것 한참 기다려 준다. 시간 있었을 텐데 미리 좀 사지... 화가 좀 났다.
그래도 우리때문에 미안하다 얘기를 하니 금방 풀어진다.
하롱베이에서 하노이 오는길 프랑스 애들과 비교되면서 말한마디가 이렇게 간단히 마음 풀어주는 구나 생각된다.
다른 사람을 배려 하는 매너, 사과의 미덕이 모든이를 훈훈하게 다닐수 있게 만든다.

천천히 걸어 간다.
가까운 줄 알았지만 가깝다 ㅎㅎ(마을에서 30~40분 정도?)
그리고 내리막 길이라 수월하다.
ZAO족 상인 아주머니 둘이서 계속 우리를 시장 부터 쫓아 오시며 물건을 권하신다(우리 트레킹 끝날때까지 따라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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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가 아름답다.
특이한 계단식 논들이 보이는데 그리 많지는 않다.
태안이가 이런 곳 우리나라 강원도에도 있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찾아봤다. 우리나라도 곳곳에 꽤 많았다. 그중에 유명한곳은 남해 다랭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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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o족 아주머니 완존 우리 일행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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깟깟 마을 입구에 들어서(가이드가 입장권을 구입하였다) 좀 걸어 내려가자마자 아이들에게 돈을 주어가며 사진을 찍는 어떤 사람을 본다.
뒤를 보니 과자를 나누어주는 한 관광객 주위에 아이들이 떼거지로 모여든다.

이게 잘하는 짓인가에 대해선 말들이 많다.
순수한 교류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뾜짓일수도 있고 그런 행동이 진정 이들을 위한 것인가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저마다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이다만은 마을 여기저기 내버려진 너무나 많은 과자 쓰레기들을 보자니 씁쓸한 생각이 든다. 이들에게 우리는 그냥 돈벌이 일까 아니면 손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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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소녀을 찍으며 돈를 쥐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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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인가 이애는 풍선을 쥐고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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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를 나눠주자 모두들 몰려 들었다


사실 알고보면 알부자 라는 태국 고산족얘기(목긴 빠동족인듯 하다. 물론 일부겠지)를 치앙라이 현지 사시는 어느분께 들었을땐 어느정도 공감도 갔었다. 자가용몰고 마을에 출퇴근하는거 아냐? 농담도 했었고 ㅎㅎ.

만약 이러다가 우리가 더이상의 호기심이 없어져 찾지 않는다면 그땐 어떠할까?
스스로 자립할수 있는 생활 의욕을 관광객들이 오히려 꺽는건 아닌지도 모른다는 말도 어느정도는 수긍이 된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돈을 받고 풍선이니 과자니 받는 아이들을 보자니 마치 이게 당연한 것 처럼 보인다.
그 아이들도 이제는 고맙다는 표현이나 인사 따위는 하지 않는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라고는 하지만 전통을 유지하며 사는 소수민족마을인 만큼 사진 촬영이나 현지 문화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라는 가이북의 한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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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쓰레기로 뒤덮혀져 있었다. 이건 일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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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만 만드는 줄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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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 쌌나? 그래도 추운데...


한 민가에 들어서 내부를 보여주며 가이드가 설명을 해준다.
남자들은 거의 돈벌러 외지에 나가고 여자들이 살림을 꾸려 나가며 그들은 보통 13살(확인하려 다시 물어봤다)이면 결혼을 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라오스에서 고산족 축제때 보았던 그 이쁘장한 소녀들도 결혼 적령기였을 것이다(같은 몽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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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후 폭포로 내려간다.
후~ 이젠 이런 어중간한 폭포는 별로 감흥이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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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자유시간을 주어 어슬렁 거리다 보니 눈도 큼지막 하니 이색적인 얼굴의 한 인도 여자애가 말을 붙인다.
혼자 다니며 이곳에 왔다가 나가는 길을 모르나 본데, 얘기 나누다 보니 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얘 약먹나? 눈도 좀 풀린것 같기도 하고 ㅎㅎ.
하긴 아직까지 배낭여행 다니는 인도사람을 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내가 아는것과는 달리 옷차림도 자유분방하게 이렇게 외지를 다니는 것 보면 돈많은 상당 계급 자녀인가도 싶고... (급변하는 인도)
원래 첫 여행지로 택할까 했었던 인도의 아쉬움에 쓸데없이 얼굴을 살핀다.ㅋㅋ(왜 그렇게 얼굴에 털이 많지?)

이곳에도 교회가 있네?
호기심에 그쪽으로 언덕 꼭대기 방향  올라 갔다가 대책 안선다.
이길이 다른 마을로 가는 길인가? 한번 정처없이 걸어 가보고도 싶은데 시간도 그렇고 날도 저무는 듯 하고 다시 내려와 팀과 합류한다.(우리 찾으러 못떠나고 있었다 So s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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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저위엔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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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까지 가봐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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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내려갈길 까마득하네

한참을 구비길 지나 다시 깟깟 마을쪽 도로로 가보니 쎄옴(오토바이)기사들이 꼬신다.
둘이서 10,000동 까지 쎄일을 하긴 하다만, 싸긴 싼데 일찍 가면 뭐하냠. 모두들 다 걷는다.
이젠 오르막이라 숨차지만 몇번 이전의 트래킹 경험에 정말 우스운 거지 뭐.
4km 떨어졌다는 다른 마을도 혼자 가볼까 말까 고민 한번 더 한다.
에이 춥다. 다 똑같겠지 뭐 그냥 호텔로 가자.
시내에 함종산이라는데도 가볼까? 고민 두번 더한다.
보는거 지치지도 않니? 그놈의 뭐라도 해야된다는 습성 버려 제발.

숙소로와 한숨 자다보니 자꾸 태안이가 배고프다며 깨운다.
이젠 여직원이 알아서 밥 한그릇 더 가득 퍼다 준다.
크~ 역시 미소와 애교가 장땡임을 새삼 느낀다.
낮에 또 베트남어로 '노무이포요' 수준의 말로 작업 걸었었는데 재미 있었나 보다.

이젠 뭐하고 밤을 보낸담??
일단 나와서 걷다가 이왕이면 가까운 곳 말고 시내 쪽 가서 맥주 한잔 하려 했는데 운동장(?)에 사람들 웅성 거린다.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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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가서 자세히 보니 유랑극단 마술쑈인 듯 하다.
시작 하기 전에 바람잡이가 밖에 나와서 한창 손님들 끌고 있었다.
옳거니~~ 이런것도 함 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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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봐야 목욕탕 의자다

대형 천막을 들어서자 마자 보니 무대 앞에 앉아서 보려면 의자가 필요하겠다.
그렇지 뭐.. 이미 지불한 입장권(12,000동) 외에 의자 빌리는 값을 더 내야 했다.(2,000동)

그런데 이런 행운(?)도 있네?
20,000동을 내고 2개를 빌려 거스름돈 15,000동을 주기에 더 달라하니 1,000동이 아니라 10,000동을 줬다.
이런일은 베트남에서 처음이다.
시골이라 좀 어수룩 한가? 하노이에서 하도 돈독 오른 사람들에게 시달리고 덤탱이 맞고 속고 다닌지라 신기하기도 하다.

기분좋게 남은(?)돈으로 해바라기씨와 매운 새우깡등 과자 사들고 나름대로 VIP석(?)에 자리 잡는다.
얼마후 뒤돌아 보니 사람들 정말 많이 왔네, 꽉찼다.

잠시 텀이 있을때 옆자리 꼬마들이 다짜고짜 우리에게 "What you name?" 물어본다.
뭐? 웃으며 대답해주고 이야기 하려 하니 그 다음엔 한참 생각하다가 나오는 말이 "How old are you?" ㅋㅋ
아마 학교에서 배운 몇가지 영어를 써먹어 보려 하는가 보다.
너는? 물어보니 손가락 헤아리며 13살 이라는데 주위에 그보다 더 어린 애들이 영어를 하는 그 녀석을 부러워하며 우와~ 하는게 아닌가.

그러고 보니 나도 어렸을때 외국인들 보면 서슴없이 "Hello~" 하며 몇마디 시도한적이 있었던것 같다.
오히려 그럴때가 좋았던것 같다. 나이먹고는 웬지 주뼛거리며 영어 못하는게 무슨 죄인양 외국인들과의 마주침에 의기소침 하게 되었던것 같다. 또 주변의 시선도 있잖은가. 참 우리는 남의 의식을 잘 한다. 뭔가 자연스레 외국인과 대화를 하려해도 쳐다보는 시선들... 그래 넌 얼마나 잘하나 보자식의.

그래서 오히려 여행지 와서는 편하다. 영어 잘 못해도 이렇게 잘 다니는데, 그리고 이렇게 재미나게 사람들과 얘기도 다 되는데 뭘... 그리고 남(한국인)의 시선도 없고.
게다가  내가 원해서 내가 필요해서 영어를 써야되니 그만큼 익숙해 지고.

한때 문화센터에서 영어를 배울때 강사님이 얘기해준 게 생각난다.
한국에서 1년 공부한 것보다 영어권 현지에서 1주일 있는게 더 많이 배운다는 말.
그말은 써먹어야 답답함을 알고 스스로 노력한다는 의미일수도 있겠지.
비록 이곳은 미국같은 곳은 아니지만, 또 내가 영어 잘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이렇게 씩씩하게 대화시도하려는 꼬마애를 보고 새삼스레 내가 오히려 부끄러워진다.

장엄한 카세트(늘어지는 음악 들으니 알겠다)음악이 울려퍼지며 막이 오른다.
무시무시한 모습의 마술사와 미녀(?)가 공중부양으로 첫 무대를 장식한 후 이것 저것 잡다한 별의별 쑈를 보여준다. 많지 않은 인원들이 이것도 했다가 저것도 했다가 바삐 움직이는 것을 보자니 저절로 미소가 띄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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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프기도 하고 유치하기도 하고 정말 재미나다.
놀라기도 하고 때론 신기하기도 하고, 한동안 휘황찬란한 데이비드 카퍼필드류의 영상만으로 마술쇼를 보다 이렇게 어린시절 유랑극단 수준의 모습을 보자니 자연스레 깔깔 거리게 된다.
요즘에도 우리나라 이런거 하는데가 있을까?
일부러 찾아도 못볼 것을 이렇게 이곳에서 우연히 본다는게 행운인듯도 하다.

도우미로 무대위로 사람을 부르는데 바로 옆자리 소녀가 올라가 도와준 댓가로 소품인 닭을 선물받는다.
바로 앞자리에 있던 소년은 목을 자르는 이벤트에 저요 저요~~ 하다가 올라가선 아파 죽겠다며 소리를 지른다.
다같이 "못, 하이, 바 (1,2,3)" 외쳐가며 너무도 유쾌한 시간 보냈다.

내가 또 이런것 언제 보나 ㅎㅎ.
태안이도 같이 너무도 좋아했고 오늘 모처럼 술 안마시고 저녁시간 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