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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일간동남아여행일기/베트남

#34(베트남 박하) 화려한 의상, 소박한 장터

<84일간 동남아 여행일기 34일째>
싸파 ->박하 -> 라오까이 -> 하노이
2007/01/07 (일)   날씨 : 그나마 좋다, 들 춥고 비안온당.


밤새 추웠지만 두꺼운 이불 푹 뒤집어 쓰고 뭐  잘잤다.
몇시까지 로비로 나가야 되는지 모르겠다. 설마 아침먹을 시간은 주겠지?
불이 다 꺼졌다. 왜지? 전화도 안되고. 전기가 안들어 온다.
그냥 어두운곳에서 살살 씼는다. 다행이 뜨거운 물은 나오네.
8시경? 누가 문 두들긴다.
고산족 복장을 한 꼬마? 아이가 빨리 나오라고 한다.
박하시장을 안내할 가이드 인가 보다.

서둘러 채비하고 나갔는데 다행이 호텔 직원이 빨리 식사하고 오라고 배려해준다.
새로 오늘 도착 하신 한국분 두분을 만난다.(그중 한분을 베트남 여행중에 계속 뵙게 된다)
버스에 올라타자 옆에 앉은 서양 여자분이 베트남에 살고 있는 소수 민족에 대한 화보책을 보고 있다.
내가 흥미 느껴하는 모습을 보이니 책을 보여주는데 이렇게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베트남에 살고 있는 줄은 몰랐다.
우리가 방문한 이곳 싸파지역을 제외하고도 전국 여러곳에 많은 다른 소수민족들이 분포되어 살고 있었다.
정말 흥미로왔지만 가만히 보자니 아무래도 내가 앞으로 여행다니는 곳에서는 볼수가 없을 것 같다.
처음 들어보는 지명의 마을 여러곳, 그것도 깊숙이에 있었다. 여기까지 찾아가는 사람들은 있을까?
하노이에서부터 일부러 이 비싼 책을 사들고 와서 공부해가며 박하시장을 가는  이런 사람도 있구나.

곡예 드라이빙을 하며 라오까이 지나 구비구비 산길을 지나 박하로 향한다.
다행이 오늘은 비가 내리지 않지만 안개가 낀 산자락의 풍경이 아름답기는 한데 도저히 흔들리는 버스에서 사진에 제대로 담을 수가 없다. 게다가 중간 자리라 창가와 머네.

꼬마 소녀 가이드 미스 메이팜. 꽤 귀엽네?
고산족이 조혼을 하는 것으로 봐서 이미 혼기가 찬 숙녀일수도 있겠다.
오히려 얘가 어제 우리가 방문한 깟깟 빌리지와 마을에서 본 성당을 설명 해주며 적지않은 고산족들이 카톨릭으로 개종을 하고 살고 있다고 설명을 해준다. 어제의 껄렁껄렁 했던 가이드 녀석과 비교된다 ㅋㅋ.

드디어 박하시장에 도착.

일요시장 : 박하의 최대 볼거리로 일요일이 되면 주변에서 몰려든 고산족들과 이들을 보기 위해 찾아온 여행자들로 분주하다.

특히 눈에 많이 띄는 고산족으로 옷에 꽃무늬를 수놓은 몽화족 H'mong Hoa(Flower H'mong)을 볼 수 있는데 생필품은 물론 수공예품들이 시장에서 거래된다.

몽화족 외에도 몽족 Mong, 따이족 Tay, 자오족 Zao, 눙족 Nung, 쟈이족 Giay 등의 소수민족들이 자신들이 만든 물건을 팔고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일요시장을 찾아 온다.

출처 : 100배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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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파 시장에서도 못 보았었던 여러 고산족들의 화려한 의상 쑈가 시작 된다.
그냥 저절로 미소가 띄어진다.
내리고 보니 우리 차 맨 뒤에 젋은 한국분 내외분이 계셨다.
왜 그동안 못봤을까 했더니 2박3일 고산족 트래킹 하고 오는 길이라신다.
이곳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왔다가 옷도 없고 추워서 죽는 줄 알았다고 고생하셧던 얘기를 나누시는데 마냥 재미있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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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또 보기로 하고 모두 뿔뿔히 흩어져 시장을 누빈다.
태안이 가방 사는데 꼽사리 껴서 또 한개 사고, 예쁜 인형 열쇠고리도 사고 옷도 또 사려다 이건 정말 안되겠다. 마음 고쳐 먹는다.
자꾸 누가 옆에서 사면 나도 사고싶은 욕구를 참을 수가 없다.
게다가 어느정도 태안이가 흥정을 해놓은 터라 사는 것 보고 그다음 내가 더 조금 더 깍아서 사는 것 을 보며 태안이 좀 열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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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시장다니는 것 원래 좋아 하는 사람이 아니다.
한국에선 대형 할인마트 같은 곳에나 가끔 가지, 이런 재래 시장은 게다가 장터 분위기는 정말 본지 오래 됐다.
사람 구경 하려면 시장을 가라는 말이 다른 곳도 마찬가지지만 이곳에서는 너무도 잘 맞는 말이다.
말로만 들었던 옛 시골 장터 분위기를 느낀다. 게다가 의상 파티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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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돌아 다녀도 구경거리고 사람 사는 냄새 물씬 풍긴다.
그동안 너무 관광 지역의 시장을 다닌 이유도 있긴 하지만 이렇게 산골짜기 주말 장터는 처음 본지라 제대로 구경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뒷골목쪽의 노점들도 보자니 어떻게 피우는 담배인지 어느 어르신은 내내 입에 달고 식사하는 동안에도 계속 피우신다.
여기 저기 확 풍겨오는 술 향기에 걷는동안에도 윙윙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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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곳도 많은 아주머니들께서 계속 쫓아오시며 물건 구입을 권유 하시는데 어라? 그분들 중 한분이 아까 구입한 내 가방을 보시며 구멍이 났다고 하신다. 정말 그러네?
다시 구입한 곳으로 가서 바꾸었다. 내내 웃으시며 맞이해 주는 모습이 뭐라도 하나 더 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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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 맟추어 시장 입구로 돌아 온다.
아까 뵜었던 젊은 부부와 함께 담소를 나눈다.
정말 재미있으시고 부럽다.
이렇게 가족과의 여행, 모든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존재, 좋은 추억...
결혼한지 3개월 밖에 안되었다는데도 이렇게 또 같이 멀리 여행을 다닐 수 있는 마인드가 달콤해 보였다.

바라던대로 식사 후 잠깐 근처에 있는 Ban Pho 몽화족 마을을 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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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정집에 들어가 부엌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어느선가 비면 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다.
아까 뵌 부부의 여자분께서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는 다름아닌 '닭' 때문에 공포 영화 수준의 비명을 지르셨다.
모두들  놀라서  모여 영문을 알고 나니 다들 깔깔 웃으신다.
쥐도 아니고 닭때문이라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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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위스키 너무 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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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마을 따이족 아주머니 놀러 오셨네~


큰 부엌에선 무언가 페트병에 담고 있다.
냄새도 그러니 예상은 했지만 곡주네.
한잔 마셔보니 크~ 진짜 독하다.
콘 와인? 뭔 와인이냐? 이거 완전 보드카구만.
모두들 돌려서 맛을 본다.

그렇지 않아도 이곳이 화몽족 마을로 알고 있었는데 다른 색깔의 옷과 두건도 보여 이상하다 했는데, 그냥 옆마을에서 아주머니(타이족) 놀러 오셨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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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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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을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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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나서며 네이팜이 한국내외분을 보며 '언니 빨리와'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한국사람도 많이 왔었나 보구나...
난?? 아무리 '오빠' 라 부르라고 해도 '아저씨' 라네.
'너 예쁘다' 한번 또 베트남어 써먹으려니 거짓말 장이라며 까부는 모습이 영락없는 꼬마지만 이렇게 영어를 하며 가이드까지 하는 것 보면 똑똑한 요조 숙녀이다.

마을 어귀에는 특이하게 장정들이 팽이놀이 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 모습이 우리 옛날과 비슷한것 같기도 한 느낌이 든다. 참 순진하게 놀으시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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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나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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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메이팜, 봄처녀 제오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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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양과 비교하면...


다시 하노이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라오까이역으로 가는 중에 어디엔가 내려주는 가 싶더니 바로 중국 국경이었다.
여기저기 한국분 모습이 많이 보인다.
국경에만 가면 좀 흥분이 된다. 미지로의 호기심?
바로 지척에 크나큰 중국이 있다.
언제 쯤 저곳을 누빌수 있을까?
내일을 향한 꿈을 지피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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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 내려 기차 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은 관계로 한 식당앞에서 한참을 기다리게 된다.
버스에서 옆에 앉았었던 아르헨티나 여자와 수다를 떤다.
기차시간이 우리보다 훨씬 뒤에 있네?
그렇지 않아도 혼자다니는게 이상했었는데 남편은 트래킹 너무 좋아해서 떼놓고 혼자 하노이로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고... 그래도 되남? 서로의 관심과 취향을 존중해주는 의미일까, 아니면 싸운걸까? ㅎㅎ

한국분 내외분도 같이 어울려 얘기하다보니 그분들 얘기 하는것 보는게 더 재미있다.
모두가 영어에 조금씩 서툴다보니 오히려 의사소통이 잘되는 지도 모르겠다.
이미 "Don't cry for me Argentina" 며 그런 얘기는 지겹단다. 어쩔수 없잖아?
맘같아선 독재정치니 옛 고문이니 그런것 영화에서 본것 물어보고 싶어도 할수가 있남? 표현이 안돼...
예전에 마돈나가 에바 역 맡은 얘기 같은 것 밖에 할수 없는 부족한 상식과 영어실력을 숨기려 적당한 웃음으로 마무리 질 수 밖에...
그녀에게 앞으로 우리가 갈 베트남 중부 남부 쪽에 대한 정보를 얻는 중 내외분도 계획을 바꿔 호이안으로 가야 겠다고 하신다. ㅎㅎ
음.. 캄보디아 씨하눅빌에서 바로 베트남 쩌우독으로 왔다는데 그럼 우리 일정도 좀 변경이 가능 할 것 같기도 하고 여러 정보들을 받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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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 기중씨 내외분들과 즐거운 시간~ 나 너무 피곤해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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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고추장'의 유용함. 그러나...

저녁 식사때 비행기에서 가져왔다고 '볶음고추장' 을 내외분이 꺼내신 덕분에 맛나게 밥을 먹었다.
앞 테이블엔 숙소에서 뵜었던 한국분 두분이 자리잡고 인사를 나눈다.
같은 기차로 가시는구나?
물 큰 통 여러곳 다니며 깍아서 6,000동에 사왔다기에 나도 가서 그렇게 달라니 안준다.
끝내 박박 우겨서 거슬름돈 500동짜리 동전 두개까지 받아 오긴 했는데 이상타?
동전 한개가 무슨 오락실용 같은데... 또 속은 거 아냐? (사진 찍어 둘껄..)
우리와 기차시간이 다른 애나와 작별을 한다.


기차에 오니 뭐냐? 왜 이리 꼬진거야?
올때 다르고 갈때 다르네? 이젠 볼일 없다 이거냐?
하노이 여행사들의 횡포를 알듯 하다.
쩝, 그래도 누워가는게 어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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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요금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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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때와 너무 비교된다.


아랫칸 뉴질랜드 분과 또 수다를 떤다. 어디가든 이젠 심심한 것 못참겠다.
할것 없어서 책보고 있으려니 옆방에서 한국 여자분이 놀러 온다.
나도 들러볼까 하다가 웬지 쑥쓰러웠는데 여자분이 찾아 오시다니 의외로 활달하시다.
수다 떨다보니 안되겠다. 태안이 합세, 또 한 여자분 합세, 좁은 복도길 에서 벗어나 기차 사이 칸에 가서 마구 얘기보따리 푼다.
내 가이드북 빌려가셧던 기중씨가 우릴 찾으러 오더니, 부인분도 모셔와 어느새 공간이 꽉찼다.
여행얘기는 참 재밌다. 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나간다.
그제서야 어차피 잊어 버릴테니 성은 말고 이름만 얘기하자며  나이까지 서로 소개하게 된다.
기중씨 내외, 민경, 선희.(설마 베트남 여행중에 계속 마주치게 될줄은...)
각자 자기방에서 과자와 과일까지 가져와 주전부리 하니 어디론가 소풍가는 느낌도 든다.

인도얘기를 많이 듣는다.
여행 다니다 보면 참 많은 사람들에게서 인도얘기를 듣게 된다.
이것 참, 인도 안 다녀 오면 대화가 잘 안통할세? ㅎㅎ (설마 먼 훗날 태안이가 인도에 정말 가게 될줄은...)
첫 여행지로 인도 갈것을 그랬나?
 
그런데 이상하게 속이 쓰라리다? 아까 먹었던 고추장 때문인가?  한동안 잊었던 위의 쓰라림이 심해지니 걱정이 덜컥 오긴 한다.
한국에서 많은 약보따리 가져오긴 했지만 먹을일은 그동안 없었는데... 앞으로 갈 길이 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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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 여행이 끝난 후 민경이가 사진 정리 하다가 같이 찍은 기념 사진 말고 우연히 우리를 발견 했다며 사진을 보내 주었다.


나도 다른이의 사진에 찍힌 것을 보니 재미있다.
같은 날 같은 곳을 다니더라도 보는 것도 틀리고 느끼는 것도 틀리다지만 오늘의 기억은 모두에게 좋은 공유의 시간을 만들어 준 것 같다.

다른 곳도 그러하지만 유독 베트남 여행 중엔 좋은 인연들을 계속해서 자주 만나게 된다.(북에서 남으로 길쭉한 지리적 특성 때문이겠지만)

오늘 친해진 민경이와 선희, 기중씨 부부도 그렇고,  한번 만나고 헤어지는게 아닌 계속되는 베트남 여행중에 우연찮게 많은 이들을 자주 보게 되면서 재미있는 만남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