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18 (목) 날씨 : 쬐끔 구름~
밤새 속쓰려서 죽는 줄 알았다.
한국음식이 너무 맵고 자극적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또 느낀다.
달랏에서도 혜정씨가 베트남 음식이 참 소화도 잘되고 좋은 것 같다고 한국에서 가져온 약봉지를 한번도 뜯어보지 않았다고 하였다. 나도 한국음식 먹은날을 제외하곤 그러하고.
눈뜨어 어제 저녁 못쓴 일기를 마저 채우고 나니 아침녘이 다 가버렸다.
간단한 아침식사 찾으러 배회하다가 다른 리조트에 가서 포크를 든다.
무이네 투어를 위해 여러 곳을 비교해 보고 사진 구경도 하다보니 이미 다녀온 몇몇 여행객들이 일부러 나서며까지 설명을 해준다. 다 가봐야 겠네.
원래 같이할 사람들만 좀 있으면 찦차로 투어 할까 했는데 어렵다.
길거리에서 쎄옴기사들과 흥정을 하는 도중 어제 숙소를 알아볼때 이용했었던 쎄옴 기사를 만났다. 내일 투어를 할꺼라면 자기를 불러달라 했었는데 미안한 표정 지으니 이 쎄옴기사들도 자기 친구들이라며 괜찮다 한다. ^^;;
9만동에 무이네 주변 투어 합의.
좀 늦은 시간에 투어를 시작해서 그런지 어항이 한가 하였다.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좀 부지런히 일찍 움직일 것을 그랬다.
버스로 다니는 것 보다는 기사들과 얘기나누며 함께 하는게 재밌다.
다 큰 남자 장정들이 오토바이 뒷자리에서 기사 허리춤 잡고 가는게 좀 볼쌍 사납긴 하지만 ^^;;
해변도로길 따라 가다가 어디엔가 내려주더니 들어갔다 오라고 한다.
여긴 어디지?
규모는 자그마하지만 바닷가 가까이 이런 형태의 협곡이 있다는게 신기하다.
이리저리 넘어가 보다가 아예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 본다.
태안이가 중심잡으려 땅을 짚어 내려가다가 옆을 건드렸더니 툭 부러진다.
일부러 훼손하려 한것은 아니양...
이번엔 꽤 먼거리를 달려 왔다.
직접 오토바이를 몰때는 몰랐었는데 뒤에 타니 왜이렇게 무섭냠...
무이네로 버스로 올 당시 멀리서 보았던 화이트샌듄에 도착했다.
초입부터 꼬마애들이 미끄럼장비를 가져가라고 성화다.
이거 제대로 움직일까?
아~ 정말 풍경이 먹어준다.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온다.
이런곳에 이런 사막 같은게 있다니...
바다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마치 수도자의 모습처럼 미끄럼 널빤지를 들고 고행의 길을 나선다.
높은 곳으로 가야해...
생각처럼 미끄러지지 않는다.
요령이 있을까?
타고노는 사람들이 없는 것을 보면 쉽지 않은듯 한데?
그래도 좋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이 모래 언덕을 우리들만의 공간으로 맘껏 누빌 수가 있으니.
태안이의 말처럼 이곳 안왔으면 울뻔했어.
한동안의 수행(?)을 마치고 난 후의 갈증해소는 필수!
모처럼 큼지막한 코코넛이 우리를 실실 쪼개게 만든다.
다시 무이네 쪽으로 향한다.
와보길 잘했다는 뿌듯함이 바닷가의 내음과 함께 휘날리는 바람에 어우러져 히죽 만족스런 웃음을 자아내준다.
또 잠깐 내려 올라 갔다 오라고 한다.
이번엔 옐로우 샌듄인가?
살짝 올라가니 풍경이 아까본 화이트샌듄에 훠~~~ㄹ씬 못미치는 곳이다.
그냥 사진 몇방 예의상 찍어주고 금방 내려온다.
기사들에게 수고한다고 음료사주려 하니 이왕이면 맥주로 달라고 한다.
바바바(333)맥주로 모두 같이 한다.
남자들끼리다 보니 이상하게 야한 얘기로 흐른다.
콧수염 기른 한 기사가 무척 넉살 스럽다.
있다가 밤에 뭐하고 보낼꺼냐 넌지시 꼬신다.
"Do u wanna Boom Boom? " 하면서 의성어에 손으로 제스쳐까지 취하며 음흉하게 웃는모습이 까무러 치겠다.
눈과 콧수염을 씰룩이며 웃는 모습이 개그맨 수준이다.(이들이 말하는 Boom Boom 뜻이 뭔지 몰라서 어리둥절했었다. 국제 공용어인가?)
우린 그런거 잘 모르는 순진한 사람들 이라고 하며 얼굴 빨개진 척 해본다.
살짝 궁금한척도 해보니 저녁때 근방에 있는 항구도시 판티엣을 구경 시켜준다고 한다.
어차피 저녁때 특별히 할것도 없는데 갔다 와볼까?
베트남 밤문화는 어떨까? 슬쩍 호기심이 생긴다.
계곡이 맑고 얕아서 천천히 계곡을 따라 걸어 올라갈 수 있다. 위쪽으로 갈수록 붉은 토양이 나타난다. 지층 아래로는 석회암틍이 있어 풍경이 독특하다.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밀린 빨래를 한다.
그동안 쌓아둔게 많아서 한참을 땀 흘린다.
그동안 별러왔던 싸파에서 산 고산족 옷과 가방도 바닷가에 가서 파도에 물을 빼본다.
세상에, 씻어도 씻어도 퍼런 물이 쫙쫙 빠지네...
이걸 냐짱에서 욕조에 담가놨으니 욕 디지게 먹었지...
모처럼 주변의 괜찮은 식당에서 해산물 배터지게 먹으려 돌아다니다가, 차라리 돈 조금 아껴서 판티엣을 다녀오자고 얘기 나눈다.
그럴싸 한데??
그냥 윈드챔프에서 해물볶음밥으로 간단히 배채운다.
기사들이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판티엣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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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무이네로 돌아왔다.
괜히 다녀온 듯한 생각이 자꾸드네.
뭐, 궁금한 호기심 남겨두고 가는것보단 웃긴 얘기거리 생기게 됐으니 만족하자 ㅎㅎ.
냉장고에 채워둔 맥주를 싸들고 깜깜한 해변가로 간다.
또다시 모래사장에 누워 별천지인 밤하늘을 바라보니 모든 시름과 피곤이 없어지는 듯하다.
포켓볼이나 칠까하여 클럽으로 간다.
사람들 엄청 미어 터지네. 한참을 기다려도 포켓볼 자리가 나지 않는다.
한 커플이 계속 자리잡고 비키지 않기에 우리와 팀플레이 하자고 꼬셔본다.
캐나다인 스티브와 사라.
우리말고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는지 플레이하자마자 몇몇 여인네들이 다가와서 주절거린다.
칠판에 이름 써놓은 모양.
알았어. 한겜하고 비켜줄께.
싱겁게 한 겜 끝내고 자리를 비켜 주었는데도 술취한 스티브는 영 큐대를 내려놓지 않는다.
얘는 눈치도 없남...
헤이~ 스티브씨. 이젠 좀 들어가서 자라. 자리좀 줘~
흥겨운 음악에 다들 춤을 추며 참 잘 논다.
현지 스텝들인가? 몇명빼곤 동양인이라곤 우리 둘뿐일세.
태안이는 피곤하다며 먼저 방으로 가고. 혼자 또 차례 기다리며 맥주를 들이킨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안되겠다. 사라에게 스티브 너무 취한것 같다고 데리고 가라고 권유한다.
그냥 가자고 하면 안갈테니 화내는척 하고 액션 취하라 하니 진짜 시키는 대로 하네 ㅎㅎ
사라가 뭐라 쏼라쏼라 하며 클럽을 나가 버리자 벙찐 스티브가 큐대를 든째로 따라 나갔다.
작전 성공. 한 5분쯤 기다리는 척 하다가 다른 스웨덴애와 게임 시작.
오호, 이놈봐라 간만의 호적수를 만났다. 잘치네?
스웨덴쪽이 당구가 강한가?
1승1패 무승부. 나도 술 많이 먹었구나.
아무래도 서양애들 틈에서 혼자서 놀려니 뻘쭘하다.
쓸쓸히 돌아와 일기쓰며 잠들려 한다.
태안이와 나만의 추억. 또 헤어지게 된후 나만의 추억들로 남겨야 할것들은 따로 챙겨놔야 할 듯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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