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일간 동남아 여행일기 22일째>
방비앵 4일
2006/12/27 (수) 날씨 : 더더욱 좋아진다
2006/12/27 (수) 날씨 : 더더욱 좋아진다
어제 술이 좀 과했는지 머리가 약간 띵하다.
누나가 밖에서 부른다. 아~ 오늘 아침 일찍 시장에 가보기로 했지?
아침 7시에 길 모퉁이에서 지영씨와 만나기로 했는데 좀 기다려 보다가 슬슬 시장 으로 걸어 간다.
가이드북에 나온 지도와는 달리 시장이 좀 떨어진 곳에 있었다.(개정판에는 정정되었다. 나중에 또 만난 저자의 말로는 시내쪽 물가가 하도 뛰어서 현지인들이 못견뎌 옮겨 갔다고 한다.)
아침 일찍 비엔티안으로 떠나시는 MTB자전거 선생님들을 뵈고. 우리보다 먼저 일어나 시장에서 장을 봐오시는 여선생님도 뵌다.
루앙프라방쪽으로 1키로 정도 떨어졌다는 시장을 향하며 자그마한 절들이 있다.
루앙프라방의 커다란 사원들 하랴마는 조악해 보이기도 한 여러 형상들이 웬지 더 친근함이 온다.
어? 꼬마 승려들이 보인다?
그래, 딱밧(탁발)이구나?
루앙프라방에서 못 보고 와서 아쉬웠는데 이곳에서 우연히 보네?
다행이 우리가 가는 방향으로 걸어 가고 있어서 자연스레 따라 가게 되었다.
조금은 이른 아침 선선한 날씨에도 애기까지 데리고 나와 신실한 기도를 올리며 의식을 취하는 것을 보며 웬지 모를 경외감이랄까? 비록 나는 종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한결같은 실생활에 자연스레 융화된 수양과 믿음의 모습들을 보며 부러운감도 든다.
더 구경 하고 싶어도 아침 시장을 보려면 빨리 가야 한다는 재촉에 빠른걸음 한다.
(나중에 루앙프라방 딱밧을 사진으로 많이 봤는데 뭔 관광행사처럼 으리한 규모로 하는 것을 보며 오히려 이날 잠깐 동네에서 우연히 구경한게 다행 스러웠다.)
열심히 걸어가는데 뭐야? 한 현지인 오토바이 뒤에 타고 손흔들며 가는 지영씨가 보인다.
어디서도 붙임성 있게 다니는 모습이 부럽다. 괜히 기다렸잖아?
드디어 시장 도착!
이제 막 문을 여는 곳도 보였고 여느 시장과 별다른 바 없었지만 태국 공산품이 많이 보였다.
잠깐 비누 등등을 구입했는데 당연하겠지만 여행자 거리보다는 좀 쌌다. 배고파서 음식 파는 곳으로 빨리 향했는데 정말 별천지였다. 별의 별 희한한 것들을 팔았지만 하나씩 도전하기에는 좀 꺼려졌다.
가까스로 안전한(?) 요기 거리들을 사서 아침을 먹으며 숙취를 깼다.
무슨 가게지? 이제 막 문을 여네. |
주로 태국 공산품들을 팔았다 |
뭐지? 마늘?? 모르겠다 왜 이렇게 커? |
그래, 이제 시장바닥 냄새 난다 |
어디에 쓰이는 꽃일까? |
헉! 이건 쥐? 옆엔 뭐야? 먹는거야? |
박쥐닷!! 어떻게 잡는 걸까?? |
뭐지?? 마치 요괴 애니 한장면 같다. |
골라야 하는데, 맛나는건 이미 매진 |
일단 밥부터 챙기자! 찰밥! |
내꺼 먼저 구워줘욧! 새치기 금지! |
이래저래 무난한(?) 아침식사. |
나오면서 오늘 강변으로 나들이 가서 먹을 과일 거리를 사왔는데 정말 태안이 흥정솜씨는 놀라웠다,
사람 수 얘기하며 하나 더 얻는 것은 애교고 그냥 막 집어왔다.
먹는 것에 대한 태안이의 집념은 눈매부터가 달라진다.ㅎㅎ
덕분에 같이 다니는게 재미있다.
숙소로 들어와 마당에서 한국에서 가져온 일회용 커피믹스를 타서 마시는데, 간만에 마셔서 맛이 좋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정말 싱겁고 이상했다. 그동안 입이 너무 고급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라오스 커피 맛있다.
길가에 지나가는 깔끔여인(어제 스치며 인사 나누었던 한국분) 불러세워 녹차 한잔 대접한다.
여느 배낭 여행객과는 달리 같이 친구가 되서 다니는 호주애도 그렇고, 같은 여행을 다니면서도 참 차림새가 차분하니 보기 좋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나들이 채비하고 강변 평상으로 향한다.
퍼질러 지기 정말 딱 좋다.
두런두런 이런 저런 얘기 하며 어제 못쓴 일기 쓰고. 근처 바에서 틀어주는 음악 감상하며 누워 있자니 이건 뭐 영락없는 한량의 모습이다.
우리처럼 과일까지 일부러 잔뜩 싸온 팀들은 없는 듯하다.
파파야와 파인애플,레드 드래곤, 수박까지 ..
오자마자 강물에 담가 놓아 시원하진 과일을 하나씩 잘라내어 맥주 한잔과 곁들이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배불러서 점심도 안먹게 된다.
그러던중 누나가 동아시아 지도를 펼친다.
하나하나 짚어 가며 얘기하다보면 정말 모두 다 가보고 싶다.
간만에 아껴둔 책도 읽어가며 해먹도 올라가고, 물장난도 하고, 마침 과일이 많아서 옆에 서양애에게 태안이가 수박 한조각 가져다 주는데 싫단다 뻘쭘...
보고 있던 옆 평상에서 다른 서양애가 넘어와서 자기 달라고 한다.
물어보니 이스라엘 애, 태안이가 그렇지 않아도 숙소에서 잠깐 마주쳐서 한눈에 반했던 여인네가 이스라엘 사람 이였는 지라 한조각을 더 쥐어 보낸다. "He loves Israel~"
태안이는 아주 현지인 개구쟁이 소년이 되어 버렸다.
오늘은 물에 안들어 가겠다는 나를 끌고 마구 물세례를 펼치더니 혼자서 어딜 그리 왔다 갔다 하고 돌아 다니는지 신이 났다.
그래. 오늘은 꿈꿔왔던 휴식의 날이야 |
세계는 넓고 가보고 싶은곳도 많다 |
이녀석들도 물 장난을 오랬동안 즐긴다 |
아~~~ 다시 가고 싶다... |
물은 얕지만 그래도 물살이 쎄서 넘어지면 아래쪽 까지 휩쓸려 간다 |
어제도 다이빙대에서 봤었던 배불뚝이 아저씨 넓은 장소 놔두고 왜 하필 태안이 옆에 와서 앉았을까??? |
아무래도 오늘은 아무데도 안가고 한곳에만 있으며 많은 얘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레 서로의 개인 적인 얘기들을 조금씩 풀게 된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들 처럼 흉금없이 고민 거리도 얘기하게 되고 상담도 하게 된다.
어느새 마치 한 가족 형제끼리 나들이 나온 느낌마저 들었다.
모처럼 둘만이 찍혔다. 아! 혹시 이거 한장뿐 아닌가? |
태안이와 누나 덕분에 이날 참 즐거웠어요~ |
어느새 해가 저물어 간다.
아침 일찍부터 와서 하루종일 앉아서 놀며 뭐 별로 시켜 먹지도 않은 우리들을 바 주인은 미워 할 것 같다.
과일 사가기를 정말 잘했다.
대부분이 잠깐씩 있다가 바로 가곤 했는데 한 팀들이 좀 눈에 거슬리긴 했다.
남자들끼리 왔는데 첨엔 몰랐지만 시간이 갈수록 농도 짙은 애무를 하며 있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는 않았다.
게다가 상대는 라오스 청년.
여자 데리고 다니는 것은 많이 봤지만 남자 끼고 노는 것은 처음 보는지라 생각의 차이겠지만 그래도 사람 보는곳에서는 자제 해줬으면 좋겠는데...
다른 여느 도시와는 달리 이곳 방비엥에서는 껄렁 껄렁 한 사람들도 많이 본다.
오기전에 해피 쉐이크니 마리화나니 판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었고 호기심도 있었는데 나에게 팔러 오는 사람은 없었었다.
한번 경험해보고도 싶었는데 어쩌면 다행인 것 같다. ^^;;
언제 해가 졌다지?
누나가 괜찮다 들었다던 식당 찾아가서 이것저것 시킨다.
여러명 먹을때의 장점은 정말 가지가지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
누나가 그동안 즐거웠다며 저녁을 사준다.
이곳에 더 머물고 싶은 생각이 참 많았지만 아무래도 갈길도 멀고 더구나 조금 있으면 새해가 밝아 오는데 새해 아침을 베트남 하노이나 하롱베이 쪽에서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렇게 일정을 짜다보니 라오스 남부쪽은 아무래도 힘들고 하루라도 비엔티엔쪽으로 이동해야 했다.
그리고 여기가 너무 좋아서 이렇게 있다가는 퍼질러지기 십상이다 ㅎㅎ.
누나는 하루 더 있다가 비엔티엔에 와서 새해를 한국인 숙소에서 많은 한국인들과 보내고 싶다고 한다.
현재 방콕에서 머무시며 3개월에 한번씩 비자 갱신 겸 여행을 다니시는 누나는 오랜 객지 생활에도 불구하고 흐트러짐 없는 멋있는 본받아야 할 모습을 우리에게 많이 보여 주셨다.
술한잔 같이 하려 사람들 찾아 헤메는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안보인다?
코너식당에서 저녁 먹고 있으면 다 만났었는데 오늘은 마을을 두바퀴나 돌고 나서야 끝자락에서 한국분들 일행 모여 있는 것을 봤는데 새로 오신 분들이 꽤 많은듯 하다. 약간 어색해 하며 인사만 하고 나온다.
아~ 이제 나도 이곳 퇴물이 되가는 구나. 내일이면 떠나는 구나...
다시 숙소로 돌아와 태안이가 아침에 시장에서 사온 라면으로 "봉지라면" 을 만들어 준다.
태국 라면은 향이 강하다 했는데 역시나 많은 것중에 고르고 골랐지만 똠양꿍 냄새가 ㅎㅎ. 그 브랜드 이름이 "짭짭 (ZapZap)" .
그래도 너무 맛있다. 냠냠
자연히 국물에 밥생각이 너무 나서 숙소 주인집에 가서 밥 한그릇 얻어와서 말아 먹었다. 냠냠..
찰밥이라 더 맛있네 ㅋㅋ
거리에선 오징어(?)를 팔고 있었다. 맛있당~ |
ㅋ~ 봉지라면에 밥까지~ ZAPZAP |
같은 숙소에 있는 옥엽씨 부부(남편은 캐나다 분)가 들어오신다. 남편 분 몸이 아직 다 안나은 듯 하다.
그래도 좀 괜찮아지셧다니 다행, 모처럼 여행 와서 재미있게 보내시길 바래요~ "power up!!" 해줫는데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삼화씨, 재경씨도 우리 찾으러 다녔단다.
위에 올라가 어제 먹다 남은 라오라오를 가지고 나와 삼화씨 숙소로 가서 불러냈다.
이번엔 재경씨 찾아 강변쪽 뒤지는데 깜깜해서 못찾겠다. 큰 술병끼고 다니니 알콜 중독자로 보지 않을까 부끄럽다.
우리끼리 중심가로 가서 술한잔.
웬일로 태안이가 맥주 안마시고 라오라오를 먹는 단다.
웬지 혀가 꼬부라 지는 느낌이다.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 새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좋은 사람과의 술자리는 그런가 보다.
나중에 삼화씨 연극보러 갈것을 기약하고 내일로 향한다.
안녕 방비엥~~
길가다 우연히 마꼬 일행들을 또 만났었다. 자전거를 타고 손엔 10000낍(=1000원)을 들며 사우나를 가고 있었다. 사우나?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좋다고 얘기한다. 마꼬와는 나중에 베트남에서 한번 또 마주치게 될줄 알았는데 보지 못했다. 짦은 만남이였지만 한결같은 미소를 보여주어서 즐거웠었다. 마꼬,핫죠상, 유꼬 모두들 긴 여행 잘 마쳤기를...
느낌 : 이후 긴 여행을 다니면서 한동안 이상하리 만큼 이 날이 기억에 남았다.
참 많이 보고 다니고 정신 없이 다니면서도 이 날 한가로히 평상에 누워 아름다운 자연과 어울러 좋은 사람들과 두런두런 얘기 나누며 보냈던 시간이 나에겐 참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언제가는 혼자만의 사색의 시간을 가져야하고 마음의 정리도 해야 한다는 나만의 여행 과제가 있었기에 그런 날이 오기전에는 어떻게 하든 한국에 두고온 많은 고민거리들을 피하려고만 했었다.
그래서 일부러 퍼질러 눌러서 있게 될만한 장소들을 피했고 그나마 잠깐씩 쉬어갈 곳을 초반엔 이곳 방비엥과 중반엔 캄보디아의 씨하눅빌(나중엔 못가보았지만), 마지막엔 태국의 깐짜나부리로 여행 오기전에 마음 먹었었다.
하지만 일부러까지 그렇게 피할 필요도 없었고 자연스레 흘러가는 대로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이곳에서 쉬면서 찾았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여행 중에도 이날의 휴식을 생각하며 또 다른 쉬어갈 장소로 향하는 마음이 가벼웠다.
그리고 모든 곳에서의 여정이 한결 유연해 질 수 있었다.
참 많이 보고 다니고 정신 없이 다니면서도 이 날 한가로히 평상에 누워 아름다운 자연과 어울러 좋은 사람들과 두런두런 얘기 나누며 보냈던 시간이 나에겐 참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언제가는 혼자만의 사색의 시간을 가져야하고 마음의 정리도 해야 한다는 나만의 여행 과제가 있었기에 그런 날이 오기전에는 어떻게 하든 한국에 두고온 많은 고민거리들을 피하려고만 했었다.
그래서 일부러 퍼질러 눌러서 있게 될만한 장소들을 피했고 그나마 잠깐씩 쉬어갈 곳을 초반엔 이곳 방비엥과 중반엔 캄보디아의 씨하눅빌(나중엔 못가보았지만), 마지막엔 태국의 깐짜나부리로 여행 오기전에 마음 먹었었다.
하지만 일부러까지 그렇게 피할 필요도 없었고 자연스레 흘러가는 대로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이곳에서 쉬면서 찾았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여행 중에도 이날의 휴식을 생각하며 또 다른 쉬어갈 장소로 향하는 마음이 가벼웠다.
그리고 모든 곳에서의 여정이 한결 유연해 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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