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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일간동남아여행일기/다시찾은태국

#79 한국이 그리워 (태국 파타야)

<84일간 동남아 여행일기 79일째>
깐짜나부리 -> 파타야 1일
2007/02/21 (수)  날씨 : 이젠 더운지도 모르겠다.

Angel In Blue - J.Geils Band



 
◆ 카메라 고장중 ◆

간밤에 잠이 안와서 고생한지라 일찍 눈을 뜬다.
짐 챙겨 나오다가 깐짜나부리 근교 투어 떠나는 사유리를 만나 인사 나눈다.
처음 만났었을때 난 한국인이라 하자, 거짓말 말라며 피부색이 틀리다고 안 믿던 때가 떠오른다.
가벼운 포옹으로 작별을 한다.

5일동안 머물렀던 정들은 졸리플록, 깐짜나부리를 떠난다. 안녕~
무거운 몸과 짐때문에 타기가 미안한 쌈러(자전거인력거?)를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또 탔다.
가늘한 다리로 잘도 달리는 걸 보면 신기 하기도 하다.
방콕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그제야 꾸벅꾸벅 잠도 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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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들었던 &#39;졸리플록&#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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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러 아저씨 너무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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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운 버스 여행



방콕 남부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담배 한대 피우려 하는데, 바로 옆에 막 출발 하려는 파타야행 버스가 보인다.
안내양에게 몇시에 출발하냐 물으니, 대답대신 나를 매표소로 데리고가서 표를 사게 한다.
덕분에 바로 타게 되었다.  
좀 피곤한데...
그래도 동부와 북부 터미널에서만 자주 떠나는 걸로 알고 있었던 파타야 행을 남부터미널에서 쉽게 탄게 다행이다.

드디어 파타야.
일단 인터넷을 보고 알아 두었던, 터미날 바로 맞은편의 한국인이 운영하는 '도깨비 게스트 하우스' 로 간다.
위치를 잘 몰라서 전화를 걸었더니, 터미널 앞 휭단보도까지 스텝분께서 마중을 나와주셨다.
개장한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시설이 깨끗하고 도미토리 침대도 새것이라 좋았다.
파타야에서 도미토리에 묵을지는 생각도 못했었는데...
사장님께 물어봐도 역시 해변쪽의 싸고 괜찮은 숙소는 구하기 힘들 듯 하다.
구정연휴 때문인지 중국인들도 엄청 많고, 더구나 요즘엔 러시아 사람들이 많이 와서 3월 초까지는 방 구하기 힘들거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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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도깨비&#39; 게스트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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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한지 얼마 안되었는데도 벌써 많은분들이 다녀갔다


짐푸르고나서 저녁때 관람 할 '알카자 쑈' 를 미리 예약을 한 후 해변가 번화가로 나가 본다.
정말 크구나...
이곳 저곳 어슬렁 거리며 숙소도 알아보고 배도 꽉꽉 채우며 걷는다.
그래도 이런 해변가 유흥가에서는 정말 혼자다니는게 즐겁지 만은 않다.
밥도 혼자먹는 게 좀 그렇고... 맛나는 것도 나누지 못하니 더욱 그러하다.
유명 건물들 한번씩 들어가보며 시원한 에어컨을 쐬며 눈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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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가 물이 썩 좋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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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때 와볼 &#39;알카자쑈&#39; 공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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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여기 묵으려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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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리플리 월드 오브 엔터테인먼트&#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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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식후경. 시즐러에서 든든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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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갈까 말까? 무서붜..


대충 어디에 뭐가 있는지 윤곽이 잡힌다.
노천 바에서 벌써부터 영업하는 여인네들도 보이고..
그래도 있다가 밤이 되면 정말 분위기 달라지는 곳으로 바뀌겠지.
'워킹 스트리트'를 지나 선착장에 들렀다가 저녁 때 볼 알카자쑈 때문에 표도 받아야 하기에 숙소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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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후 내려가서 사람들과 얘기 나누다가 보니 조금씩 어둑 해진다.
떠나려 하니 사장님께서 일부러 승용차로 태워다 주신다.

알카쟈 쑈 : 파타야를 대표하는 공연. 출연진들은 본래 남자로, 성전환을 해 여자처럼 살아가는 '까터이 Lady-Boy' , 즉 트랜스젠더다. 태국에서는 트랜스젠더의 존재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생방송으로 미스 알카쟈 선발대회를 개최할 정도다. 그중에서 미인으로 뽑힌 사람들을 무대에 세우기 때문에 무희들은 미모가 상당한 편이다.
 알카쟈 쑈에서는 1시간 정도 무대 장치를 바꿔가며 펼쳐지는 다양한 춤을 감상할 수 있는데, 코믹한 주제를 다뤄 관중들을 웃음의 도가니에 빠지게 한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건물 앞에서 함께 사진 촬영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유료다. <출처: 100배 즐기기>

사람 참 많네.
1부 쑈가 끝났는지 공연장 앞에서 무희들이 나와서 기념 사진을 찍는다.
윽.. 자리가 VIP인데 하필 또 베트남 수상인형관람때처럼 맨 왼쪽이당.
아무래도 좋은 자리는 단체 관람객들이 미리 선점 한듯하다.
공연 시작 전 대형 스크린을 통해 트랜스젠더의 역사(?)에 대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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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희들과 기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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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참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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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전 영화 관람


전체 퍼포먼스를 감상하긴 불편한 자리였지만 나름 괜찮다.
공연이 처음엔 좀 시시하다가 중반부터 재미 있어진다.
여러 나라 관광객을 위한 배려로 한국,일본,중국,러시아 음악들로도 안무를 짰다.
여러 장엄한 장면, 코믹한 장면을 보며 즐긴다.
정말 다는 아니지만 몇몇 사람은 너무 예쁘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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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져서 그나마 흐릿하게 찍히던 카메라가 이젠 버튼마저 잘 안눌러진다.
에라완 폭포 에서의 내 주접이 원망스럽다.

'아리랑' 음악에 맟추어 부채춤, 장고춤을 보여준다.
헉 뭐지?.. 웬지 모를 눈물이 글썽 거려진다.
드디어 며칠 후면 한국에 가는 구나...
간만의 한국을 떠올리니 그동안의 여행이 오버랩되며 저절로 눈가가 촉촉해 진다.
뭐니.. 여기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흑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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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눈물이 나는 거지? 흑흑..


공연 후 너털 걸음으로 노천바와 야시장 들을 구경하며 나이트 클럽 '스타다이스' 까지 가본다.
음, 그래도 혼자서 이런곳에 가서 놀기가 그렇당...
숙소로 돌아오려 썽태우를 타려고 해보는데 이것들이 안간다.
몇번을 올라타보고 하지만 기사가 내리라고 한다.
젠장, 이쯤 저녁 시간엔 전세택시(?)로 돌변 하나 보다. 아까 낮에 그냥 오토바이 빌릴걸 그랬다. 후회되네.
오토바이택시를 타고 숙소로 온다.

사장님이 로비 테이블에서 자리잡고 양주 한잔을 돌린다.
막 군대 전역한 젊은이들 셋과 합류해서 담소를 나눈 후 쓰러진다.


느낌 : 내가 있어야 할 곳.

별 생각 없이 관람했던 알카자쑈에서의 '아리랑' 음악 선율이, 아름다운 한복의 모습이 갑자기 내 눈시울을 적시게 할 줄은 몰랐다.
어? 할새도 없이 그냥 갑자기 줄줄 흘러내렸다.

무던히 바쁘게만 돌아다니기에만 급급했던 나의 모습.
길다면 긴 80여일동안, 나를 둘러싼 모든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 치던 시간들...
무엇을 위한 시간 이었지?
그동안 그냥 마음속에 꼭꼭 닫아두고 드러내지 않았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여기서 터질 줄이야...

어쩌면 무책임하게 달아났었던 그 곳, 한국.
어디를 돌아 다니던, 어느 곳에서 방황을 하던간에 변하지 않는 나의 한모습.
나는 누구와 같이 있어야 하고, 누구와 시간을 공유해야 하며. 누구를 위해 사랑을 주어야 하는가...

한결같은 나의 바램, 가족의 행복.
초롱한 눈망울로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 그들에게 이런 내 모습을 설명 할 수 있을까...
훗날, 같이 하지 못했던 이 시간들을 이해 시킬 수 있을까.
그동안 또 얼마나 크고 성장해 있을까.

언제나 한결같은 사랑만을 받아왔었던 나.
많은 실망을 안겨드렸었던 불효자인 나.
적지않은 아픔을 각인시켰던 못난 가장인 나.

변하고 싶어.
모든 슬픈 과거를 다시 원 상태로 바꿀 수는 없겠지만, 다시 시작 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아무리 힘들어 했어도, 시간은 결코 나를 위해 조금도 기다려 주진 않았어.
다시는 그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곧 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