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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일간동남아여행일기/다시찾은태국

#80 나에게 기대어 (태국 파타야)

<84일간 동남아 여행일기 80일째>
파타야 2일
2007/02/22 (목)  날씨 : 덥지 뭐...

Lean On Me - Celebration



 
◆ 카메라 고장중 ◆

어제밤 술을 마시면서 젊은이들에게,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꼬란섬에 가 스노쿨링도 하고 실컷 놀다가 귀국 하라고 했었는데. 막상 나는 쿨쿨 더 잔다.^^;;
사람들 꼬란섬 투어 때문에 일찍 일어나 준비하는 부스럭 소리에 잠을 깨지만 너무 피곤하다.
잠시후 몸 추스려 나가면서, 사장님께 내일 방콕 시내의 호텔 예약을 부탁한다.
여행의 마지막 날들은 그래도 좋은 곳에서 호사스럽게 묵어보고도 싶다.

썽태우 타고 시내로 가서 먼저 오토바이를 빌린다.
절차 꽤 복잡하네. 그래도 여권 안 맡기고 카피본으로 대체하니 좋다.

은행에 가서 그동안 한번도 손 안댔던 여행자 수표를 모두 다 바꾼다.
비상시를 대비해서 지니고 다녔지만 운이 좋았던 걸까? 한번도 돈을 잃어버린 적이 없으니 다행이다.
주요소에 들러 기름 꽉꽉 채우고 블런치를 먹는다.
자유스럽게 다닐 수 있다는 게 너무도 좋다.

자, 이제 돌아 다녀 볼까?
어디서나 거리감각 익히기는 어렵다.
먼저 사장님이 가보라고 알려주었던 '카오 치짠' 으로 향한다.
맵에다가 위치를 그려 주셔서 찾기는 어렵지 않았지만, 헥헥 오토바이 타고도 꽤 머넹.

음~~ 멋있다.
이정도 크기일지는 몰랐다.
정말 황금이 맞긴 맞나?
다른곳과는 틀리게 군인들이 경비를...
사람들 별로 안다니는 곳인 줄 알았는데, 한적하긴 하지만 중국 패키지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
흐릿하게나마 찍히던 카메라가 이젠 완전히 먹통이 되어 버렸다.
찍어도 하얗게 나오기 시작한다.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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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130M 너비 70M의 같은 종류의 불상으로는 세계최대라는 '황금 절벽 사원' <출처사진 : http://blog.naver.com/dskenjo?Redirect=Log&logNo=80029701094 >


이어서 '농눗 빌리지'로 향한다.
거리가 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입구에서도 한참을 가야 매표소가 있을 줄은 몰랐다.
헐 뭐가 100바트냐!! 입장료가 400바트!!
가이드북이며 한국의 태국관광청에서 받았던 자료가 모두 갱신이 안되었나 보다.
그래도 너무 차이가 나네 쩝..
그냥 투어로 올 걸 그랬남?

농눗 빌리지 : 파타야 남쪽에 조성되어 있는 야외 공원, 잘 가꾸어진 식물과 꽃은 물론 태국 전통 민속공연과 코끼리 쑈도 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공연을 본 뒤에는 공원과 호수 주변에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도 좋다. 교통이 뷸편해 여행사 투어를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하 출처 : 100배 즐기기>

너무 넓은 곳이다.
오토바이로 돌아 다닐 수 있는 곳은 왼쪽 편 이었는데 이마저도 너무 넓어서 다 돌아다니기 힘들다.
곳곳마다 아름답게 치장해 놓아서 경관이나 조형물들을 감삼하기 너무 좋았다.
혹시나 하고 꺼낸 카메라가 다시 어느 정도는 나오기 시작한다.
에이, 그냥 하나 질러버릴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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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시간에 맞추어서 오토바이 주차하고 오니 어느새 사람들로 북적 거린다.
대부분이 패키지 관광객들인데 반가운 한국말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들린다.

기대 했던것보다 공연이 재미있다.
갖가지의 전통무용을 비롯해 무에타이, 또 코끼리까지 등장시킨 전투장면등을 재현 시키며, 시간이 아깝지 않을만큼의 재미를 보여주었다.
공연을 보고 바로 출구로 나가니 코끼리쑈장으로 진입.
듣던대로 코믹한 재롱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앞줄에 앉으면 바나나 판매에 시달릴거라 해서 뒷편에 앉아서 여유로이 관람했는데, 그냥 앞줄에서 가까이 보는게 나을지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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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또 부근 구경을 하며 다니려니 혼자인게 아쉽다.
모두들 가족들, 연인들이 거니는데 이런 사람 많은 곳은 역시 혼자인게 서러워...
같은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돌아오는 길은 일부러 좀티엔 해변으로 향했다.
핫 파타야와는 달리 조용하고 한가로운 해변이다.
이곳에 숙소 얻을 걸 그랬나?
끝자락 쪽엔 저렴한 숙소도 많이 보인다.
호텔도 이쪽 좀티엔은 방이 많던데...
그래도, 파타야에선 시끌벅적한데 있어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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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와 '카오 프라 땀낙' 향하는 길이 가파르다.
근처 자락에서는 많은 시민들의 운동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특이하게 길가에서 무에타이 연마 하는 모습이 보여 한참을 구경한다.

카오 프라 땀낙 : 핫 파타야에서 핫 좀티엔으로 넘어가는 길에 있는 언덕. 파타야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고 특히 석양이 예쁘기로 소문나 있다. 부다 힐 Buddha Hill 이라고도 불린다. 정상까지 올라가면 카오 프라 야이 사원 Wat Khao Phra Yai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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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형상의 계단을 올라 '카오 프라 야이' 사원을 간다.
불교에 대해 잘 모르긴 하지만, 앙코르 왓에서 보았던 나가 모습의 입구와 여러 특이한 불상들을 보자면 역시 종교란 여러 시대와 그곳의 풍토 환경에 맞추어서 변형이 되고 생활에 녹아드는 게 아닌가 싶다.

아래쪽에는 중국식 사원이 있었는데 이곳의 모습은 더 태국과는 안어울리는 듯하다.
부처의 모습과 여러 관경들은, 마치 내가 베트남 호치민의 차이나 타운에 들른 듯하다.
그건 그렇고 내가 왜 파타야까지 와서 사원들을 둘러보고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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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파타야 도로의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분위기와는 달리 이곳의 모습은 참으로 평온하다.
일부러 오토바이 빌려서 모두를 둘러보길 잘한 듯 만족 스럽다.
너무 어둑해 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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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마치고 나가보니 내일 방콕 호텔 예약이 안되었다고 한다.
아침에 대충 원하는 가격대의 호텔을 얘기하고 나섰는데 그마저도 힘들었나 보다.
막판에 좀 호사 누려보자 했더니 어렵네..
호텔은 여행사 통해서 예약하는게 가격차이가 워낙 많이 나서, 내가 직접 찾아가서 방잡기도 그렇고... 어쩐다?
내일 아침에 행로를 정하기로 하고 다시 시내로 나간다.

후, 배고파..
오늘은 괜시리 일식이 땡기네?
센트럴 페스티벌에 갔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로얄가든으로 가본다.
윗충 식당가에 'ZEN'이라는 고급 일식집으로 들어갔는데, 역시 맛있긴 하지만 양이 너무 적어 ㅠ.ㅠ
카드에 한번 왔다고 도장 찍어서 주는데 어디다 써먹냠 ^^;;

그래도 파타야의 마지막 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워킹 스트리트'로 가본다.
오토바이 주차할 곳 찾아서 무지 헤멨네.
이런데 오면 짐이되네 ㅎㅎ

여기저기 바에서 시끌벅적한 유혹의 음악이 울려퍼진다.
그래도 남자인지라 이곳 저곳 호기심이 끌리기는 한데 혼자서 들어갈 용기(?)가 안난다.
한곳도 아니고 온통 천지가 유흥의 숲을 이루니 정말 정신이 없네.
거닐다 보니 라이브 연주를 하는곳도 몇군데 보인다.
한군데 연주가 괜찮은 듯 싶어, 들어가 맥주 한병 들이킨다.
혼자서 궁상 맞게 음악 감상하다가 얼큰해져서 그냥 숙소로 돌아온다.

군대전역 젊은이들은 떠났고, 새로이 여자분들 둘이 왔다.
장기간 인도여행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태국에 잠깐 들른 모양이다.
여행 기념으로 화려한 레게머리를 한 모습이 귀엽다.
사장님과 장기 숙박객 한분, 모두 같이 숯불 구이를 배달시켜 먹는다.
길가에서 이런 잔치를 열지는 몰랐는데, 무앙까올리처럼 각종 해산물과 고기류, 숯불화로까지 이렇게 편하게 배달시켜 줄지는 몰랐다.
양주 한병으로 모자라 맥주도 곁들인다.
내일 모두 같이 꼬란 투어 가자고 꼬시는데 별로 내키지는 않는다.
후.. 해변구경도 실컷했고, 스쿠버다이빙, 패러 글라이딩 다 해본 마당에 특별히 가서 할것도 없는 듯 싶고...
사장님께서 왜 남부해변에서 다하고 파타야 왔냐고 핀잔 준다.
내일 그냥 방콕으로 떠날까 생각해 본다.
오늘도 술의 힘에 못이겨 잠이 든다.

회상 : 여행지에선 내가 커진 것 같은 느낌을 가졌다.

여행이 초반을 넘어 가면서부터 생기기 시작한 자신감.
나도 할 수 있다는 자만심일까? 어느 순간부터 내가 커 보이기 시작했다.

해외 여행이라는 것, 배낭 여행이라는 것을 난생 처음, 더구나 늦깍이에 해보는 나로서는 모든것이 두려움이었고 또다른 시도이자 거창하게 따지면 매 순간이 도전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사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느곳에서도 금방 적응되어 지는 모습에는 언어의 장벽도 없었고, 사람들과의 갭도 없었고, 많은 인연과 추억으로 가득채워지는 가슴으로 벅차 오르기만 했었다.

그런 내 모양새에 신이 났었다.
비행기를 타면서 부터, 모든 걱정들이 의외로 익숙한 것처럼 넘길 수 있다는 것에 신기했고, 많은 여행자들을 만나면서 처음에 장기여행자들에게 내가 나타냈던 부러움과 경외감을, 어떤이에게 나도 똑같이 받는다는 것에 우쭐해 했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수도 없이 읽어보며 걱정했던, 많은 여행선배들의 여행기에 나오는 그런 느낌, 감정과 재미를 나도 경험 할 수 있을까, 괜히 우울하게 혼자서 궁상만 떨다가 사고치는 건 아닐까 하던 걱정들은 모두 기우가 됐고. 그 오래전 배낭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이 풀어내던 얘기거리들을, 나도 뒤지지 않게 끝없이 풀어 낼 수 있을 거야 하는 만족감에 좋아했었다.
나도 어느새 여러 여행가들의 세상에 합류한 것 같은 착각을 했었고, 언젠가 멋진 여행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되고 싶다고 흐믓해 했었다.

간만에 나에게 기대어 지고 싶어졌다.
좀더 업그레이드되어 진 듯한 내 모습에 행복해지는 듯 했고, 그런 모습으로 세상을 살고 싶었다.
자신감에 가득찬 내 모습을 믿고 싶었다.